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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정말 잘 자고, 잘 일어납니까?’ 그렇다면 인생 잘 살고 있는 겁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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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3 07:25:48

본 컨텐츠는 의학채널 비온뒤의 컨텐츠를 편집한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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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정말 잘 자고, 잘 일어납니까?’ 그렇다면 인생 잘 살고 있는 겁니다.
15분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를 만났다. 한양대 의대를 졸업하고 모교 병원에서 신경외과 전문의와 의학박사 과정을 마친 그는 주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방송사 의학담당기자를 선택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최초 보도, 고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에 관한 보도, 세월호 및 국정농단 사태에 관한 보도, 인보사 사태 등 수많은 특종 기사를 낳은 그는 2014년 한국방송대상, 2016년 민주언론상 및 방송기자클럽상, 2017년 보건복지부 장관상, 2020년에는 2019년의 보도 중에서 가장 뛰어난 보도에 주는 한국의 퓰리처상이라고 불리는 한국기자상 취재보도부문 상을 받는 등 의학전문기자로서 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마음이 따뜻한 기자’라는 평가를 받는 그는 ‘강단이 있고, 자신만만할 것 같다’는 선입견과는 달리 햄릿형 인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보도로 인해 고통받은 사람들과 그로 인해 고통을 받는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생각들로 인해 고민들이 많은 듯했다.

 

 잠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지금 잘 자고 있습니까?>를 펴낸 그는 앞으로도 잠과 뇌의 관계에 관한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고 밝혔으며, ‘행복’에 관해 의학적으로 다루는 책을 쓰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에게 잠에 관한 이야기, 의학기자로 했던 여러 보도에 관한 이야기, SBS 의학전문기자로서의 자부심, 세 번의 판데믹을 경험한 기자로서의 생각 등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우리 사회에 조동찬 같은 기자가 많아졌으면 좋겠고, 그가 조금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인터뷰는 11월 11일 오후 비온뒤 채널에서 이루어졌다.

 
 


"잠을 잘 때 뇌에서는 우리가 깨어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 벌어져" 

 

 

지승호(이하 지) - 의학 기자 생활을 오래 하셨잖아요. 콘텐츠가 많으셔서 책을 많이 쓰셨을 것 같은데, 한 권 밖에 안 내셨더라고요. <지금 잘 자고 있습니까?>라는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있으신가요? 의학적인 주제가 많을 텐데, 그중에 잠을 선택한 건데요. 


조동찬(이하 조) - 제가 신경외과를 선택했던 이유기도 하고요. 신경외과 하면서 가장 재밌게 공부했던 부분이 뇌인데요. 그래서 제가 뭔가 일이 잘 안 풀리고, 슬럼프에 빠졌다거나 그럴 때도 일은 해야 되잖아요.

그러면 그때 잡는 주제가 뇌입니다. 뇌를 공부하는 것이 그만큼 재미있는데요. 그렇다고 책까지 쓰겠다는 생각은 못 했고요. 뇌를 공부하면서 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제가 배우고 있는 과정에서 연속 보도를 한 적 있는데요.

그 연속 보도를 보고 한 출판사에서 그것을 확장해서 책으로 만들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어요. 기회가 좋았던 것이 아마 제가 계속 일을 하고 있는 동안이었으면 책까지 완성할 수 없었을 것 같은데요.

다행히 그때 연수의 기회가 주어져서 충분한 시간이 있어서 쓸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지금 다시 그 책을 보면요. 물론 그때 최선을 다해서 쓰긴 했는데요. 좀 더 쉽게 쓸걸, 좀 더 재밌게 쓸걸, 하는 아쉬움은 있는데요. 나름대로 많이 공부가 됐고요. 그리고 제가 나중에 어떤 삶을 살지는 모르겠지만, 뇌를 위한 잠, 그런 부분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고 있습니다.

 

 

지 - 책을 보고 잠이 되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는데요. 보통 성공하려면 잠을 줄여야 한다, 3시간만 자야 성공한다는 말이 많은데요. 잠을 잘 자야 오히려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잖아요.
 

조 - 잠을 잘 때 뇌에서 벌어지는 일은 우리가 깨어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 벌어집니다.

우리가 숨을 쉴 때 뇌에서 신경세포가 숨을 쉬라고 명령을 내려요. 그런데 내가 저산소증에 빠지면 그때는 숨을 쉬는 게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죠. 그때는 뇌를 지지하는, 그런 지지세포들이 명령을 내리거든요.

예전에는 그 뇌를 지지하는 세포들이 단순히 신경세포에 달라붙어서 영양이나 공급하고 그 신경세포의 위치를 잡아주는 그런 역할만 하는 줄 알았는데요.현대의학이 뇌의 세포 개별의 특성을 점점 더 파악해보니까 그런 게 아니었어요.

예를 들어 예비군, 특공대의 역할이죠. 평상시에는 신경세포가 하지만, 신경세포가 위기에 빠졌을 때는 신경을 지지하는 세포들이 직접 신호를 보내서 생명 유지 활동을 하는데요. ‘너 자야 돼. 조동찬 자야 돼’ 그런 잠을 자라는 명령은 신경 지지세포가 내리는 거예요.

잠을 잔다는 것은, 졸리다는 것은 우리 몸이 그만큼 하루 최대의 위기라는 것을 감지한 지지세포들이 하는 명령이라서요. 이것을 하지 않는 것, 잠을 거부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위기 상태를 방치하는 일과 같은 거죠. 

 

 


"음주운전을 경계해야 하는 만큼 졸린 상태에서 뭔가 하는 것도 경계해야"

 

 

지 - 최근에 택배 노동자가 잠을 자지 못해서 과로사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고요.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한 것은 졸음운전이라고 하셨는데요. 그런 경각심이 우리에게 좀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실제로 이건 의학 분야와 관련된 부분이라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실 것 같습니다.
 

조 - 우리가 음주운전을 경계해야 하는 것만큼 졸린 상태에서 뭔가 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겁니다. 잠을 자지 않는다는 것은 방금 말씀드렸지만 우리가 저산소증에 빠진 것과 같은 그런 상태의 위기이기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가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여러 사례가 있습니다. 체르노빌 원전 사건도 그렇고, 아폴로 우주선이 폭발했던 것도요. 계속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결정적인 순간에 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석학들이 실수를 했느냐, 계속 잠을 못 잔 상태가 누적됐기 때문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잠은 어쨌든 우리가 반드시 잠자는 환경은 보호해야 하는데, 택배 노동자분들도 마찬가지지만, 야간에 근무할 수밖에 없는 3교대 근무자들이 있잖아요.대표적으로 의료진들, 간호사 선생님들, 경계를 서야 하는 군인분들이 있는데요.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 사실은 현대의학이 가지고 있는 숙제입니다. 아직은 그것에 대한 해결책이 없습니다.밤에 잠을 못 자시는 분들을 낮에 일정하게 주무시게 하는 것이 아예 수면 시간을 보장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그래도 밤잠을 규칙적으로 자는 것만큼은 못하다는 것이 확인됐고요.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될 것인가 하는 것이 현대의학이 가지고 있는 숙제입니다. 그 책에서 소개하고 싶었던 것은 인간도 동물이더라,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해가 지는 것을 거스를 수가 없더라는 거고요.

해바라기가 아침에 해가 뜨는 것을 보고 햇빛을 향해 하루 종일 움직이거든요. 그리고 밤이 되면 반대로 동쪽에서 바로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움직여요. 밤에도 활발하게 움직이는 거죠. 그런 자연법칙, 식물에서부터 모든 동물들이 그 수위에 따라서 내 몸이 맞춰서 생활해야 건강한데요.

사람만 반대로 할 수 없다, 인공 불빛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정상적으로 될 수는 없다, 그런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었던 거죠.

 

 

지 - 의료진 말씀하셨는데요. 수련의 과정에서 잠을 못 자고 하는 부분이,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판단을 잘못하게 될 경우에 생명과 관계된 문제가 생기잖아요. 실제로 기자님도 그런 경험을 책에도 쓰셨잖아요. 피곤해서 봐야 될 것을 놓친 경우가 있다고. 
 

조 - 아마도 제가 책에 쓴 것은 제가 기억하는 것뿐일 겁니다.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졸린 상태에서의 실수는 훨씬 많을 겁니다. 제가 그것을 기억했던 이유는 실제로 저의 실수가 발각이 되고, 그것을 환자 보호자가 저희 지도 교수님께 통보를 했고, 저희 지도 교수님이 졸릴 때 어처구니 없이 판단했던 부분을 아주 따끔하게 혼내셨기 때문에 제가 기억하는 것이지, 그런 과정이 없었다면 제가 졸린 상태에서 환자에게 잘못된 처치를 했던 순간은 훨씬 더 많았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런 면에서 ‘잠을 자지 말고, 공부해라. 언제 잠 잘 것 다 자고, 일하냐’ 이런 것은 대단히 비과학적이고, 반드시 사라져야 될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어린이한테 그래요. 우유 안 먹고도 얼마든지 클 수 있어, 네가 정신력으로 얼마든지 클 수 있어, 이런 것과 똑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먹어야 크는 거죠. 열심히 잘 먹고, 운동해야 크는 거지,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얼마든지 키 클 수 있어, 이런 것과 같은 개념의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잠을 못 자는 것이 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

 

지 - 선의로 진단하려고 했을 텐데도 피곤한 상태에서 진단하면 그런 결과로 올 수 있기 때문에 잠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건데요. 책에도 수면 부족이 뇌졸중, 고혈압, 당뇨병을 유발한다고 하셨고, “잠을 잘 못 자는 것에 대해 당뇨병, 고혈압, 골다공증보다 더 경계심을 갖자는 의미다”라고 하셨는데요.
 

조 - 그렇죠. 여러 가지 우리 몸의 호르몬이 있는데요. 햇빛을 받으면서 낮 동안에는 활발하게 분비되는 것이 세로토닌이라고 하죠. 행복 호르몬이라고 했는데요. 낮 동안에는 세로토닌이 다른 호르몬들을 더 보조하고 활성화시킵니다. 갑상선 호르몬, 전립선 호르몬 같은 전반적인 것들을요. 그것이 해가 지면 패턴이 바뀝니다.

멜라토닌이 올라가거든요. 단순히 옛날에는 멜라토닌은 수면을 유도하는 생체 시계의 역할만 하는 줄 알았더니 아니었어요. 멜라토닌이 밤에 모든 다른 호르몬을 안정화시키고, 밸런스를 맞추는 겁니다.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될까, 지휘자죠. 각각의 악기나 그런 것들이 있으면 낮에는 세로토닌이 지휘 역할을 하고, 밤에는 멜라토닌이 지휘 역할을 하는데요.

그전에는 멜라토닌이 지휘하는 것을 몰랐어요. 그러니까 바이올린이 망가지면 바이올린만 고치면 되지, 드럼이 망가지면 드럼만 고치면 되지, 이렇게 생각했는데요. 멜라토닌이 제대로 작동을 안 하면 전반적인 조화가 안 이루어지기 때문에 제대로 된 곡이 안 나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잠을 못 잔다는 것은 그것 자체로 모든 병이 올 수밖에 없는 그런 기전이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잠을 못 자는 것은 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인 거죠. 잠을 잘 못 자는 것이 병인데요.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뭐냐 하면요. 우리 몸은 대부분 네거티브 피드백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내 몸에 칼슘 농도가 높으면 높은 것을 낮추기 위한 기전이 발휘됩니다. 대부분 그래요. 그래야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네거티브 피드백을 유지하는데요. 잠을 드는 기전은 포지티브 피드백입니다. 예를 들면 제가 졸려요. 졸린 자극이 오면 네거티브 피드백이라고 할 거면 졸린 것은 깨야지, 반대 신호가 가야 되는데, 졸린 신호가 가면 또 졸리게 만들고, 또 졸리게 만들고 하거든요. 잠이 오게 되면 무조건 잠에 들 수 있도록 우리 몸에는 장치가 되어 있는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강력한 장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잠을 못 자는 것은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 망가졌다는 근거거든요. 그래서 수면 부족을 단순하게 내가 어제, 그제 못 잤으니까 오늘 마음먹고 잘 자야지, 수면제 한 알 먹고 자야지, 이렇게 해결될 수 없다는 겁니다.

수면이 깨지는 패턴은 오랫동안 나의 어떤 전반적인 생활이 잘못된 것들이 쌓여서 깨진 거지, 이게 단시간에 무엇 때문에 깨진 것이 아니라서요. 그래서 이것을 해결하는 것도 대단히 많은 시간을 가져야 된다는 겁니다.

암이 발견은 갑자기 되지만, 암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세포가 조금씩 조금씩 변성이 되고, 그것이 교정되지 않고, 계속 쌓이다가 덩어리가 됐을 때 발견이 되는데요. 그러니까 암은 갑자기 발견되긴 하지만,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이것을 치유하는 과정도 갑자기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수술로 우선 제거하고 항암 치료를 해야 되는데요. 수면도 똑같은 거죠. 내가 잠을 못 자는 것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지 몰라도 수면 부족이 오는 훨씬 이전부터 내 생활은 뭔가가 잘못되어 있다는 거죠.

그게 무엇이든, 건강상의 문제든 직업적인 문제든 가족관계의 문제든 간에요. 그래서 수면 장애를 단번에 수면제 몇 알이나 어떠한 걸로 단번에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실은 맞지 않다, 수면 장애가 생겼던 원리를 생각하면.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된 나쁜 결과들이 쌓인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해결하는 것도 좀 시간을 가져야 되고 나의 전반적인 생활을 다 들여야 봐야 된다, 그래야 수면 장애를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겁니다.

다만 구조적인 문제는 있어요. 코골이나 해부학적인 문제 때문에 잠을 못 잔다, 그러면 해부학적인 문제만 해결하면 되는 거죠. 그런 게 아니고, 내가 해부학적인 문제가 없는데, 잠을 잘 못 잔다, 그런 것들은 내 삶 전체를 정말 잘 봐야 된다는 거고요.

그리고 저는 단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당신 정말 잘 자고, 잘 일어납니까?’ 그러면 그 사람은 생활을 정말 잘하는 거예요. 인생을 잘 살고 있는 거죠.

 

 


 

 

"수면제는 일시적인 처방이고, 근본적인 생활 자체를 돌아봐야 한다"

 

지 - 수면제나 이런 것은 일시적인 처방일 뿐이고, 근본적으로 생활 자체를 돌아봐야 된다는 거네요. “밤잠을 대신할 수 있는 의학적 방법은 발견되지 않았다”고도 하셨잖아요.
 

조 -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면제가 수면 장애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현대의학이 그렇게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그렇진 않더라는 거고요. 물론 내일 중요한 일이 있어요. 저는 오늘 자야 합니다.

잠을 못 자면 너무나 고통스러울 테니까, 그런 목적으로 오늘 내가 수면제를 처방받아서 먹는다, 그런 것은 동의를 합니다. 단기간의 목적으로. 그런데 내가 가지고 있는 수면 장애 패턴, 내가 어떤 직장 관계나 가족 관계나 아니면 음주 문제나 약물 문제나 이런 문제로 발생한 수면 장애를 수면제로 해결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지 - 예전에 성의학 하는 선생님한테도 여쭤봤는데요. 발기부전 치료제가 치료제가 아니고, 대증적인 요법이지 근본적인 치료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시던데요. 똑같은 거네요. 

조 - 그럴 수 있겠네요. 제가 그 분야는 잘 모르긴 하지만요.

 

 

지 - 수면제를 복용할 때 주의할 사항이 있나요? 일부 수면제는 자살 충동을 일으킨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조 - 안전하다고 했던 것이, 자살 충동 위험성이 있다, 그런 사례들이 보고가 됐고요. 지금 어느 정도냐 하면요. 그것을 제조하는 제약사도 설명서에 써놨습니다.

 

 

지 - 아예.
 

조 - 이것을 부정하는 것은 대단히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것을 처음 보도했을 때 수면제를 쓰시는 선생님들과 디베이트를 했었는데요. 미국 FDA에서 나온 문서를 제가 공개했습니다. 졸피뎀이라고 하는 가장 안전하다고 하는 수면제에서도 미국 FDA에서 ‘자살 충동의 위험성이 있다’고 정식으로 문서화했습니다. 물론 그게 많거나 그러지는 않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자주 복용하고 그런 환경이라면, 그리고 그것을 복용했던 사람의 기저에 우울증이 깔려 있는 사람이라면 위험성이 이만큼 있는 상태에서, 컵에서 물을 넘치게 하는 것은 사실 한 방울이잖아요.

그런 방울이 된다면 위험할 수 있으니까요. 분명히 그것을 처방할 때는, 그리고 그것을 복용할 때는 그 사람이 그런 위험성이 있는지, 없는지 아주 냉철하게 봐야 될 필요가 있는 거죠.

 

 


△ 조동찬 기자의 책, <지금 잘 자고 있습니까?>

 

 

"수면이 장기 기억을 만든다"

 

지 - “수면이 장기 기억을 만든다"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중요하다는 거고요. 예전에 공부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잠을 충분히 잤다고 하는데요. 사람들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말이 맞다는 거네요.
 

조 - 제가 쓴 것은 아니고 다른 분이 쓴 논문을 제가 책에 소개했는데요. 우리의 기억이라고 하는 것은 대단히 신비로운 과정입니다. 우리가 지금 보고 듣고 느끼는 이 온 감각, 이런 공감각 이 영상은 고화질이지 않습니까?

이것을 뇌의 작은 공간에 저장한다고 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기적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영상 찍어서 데이터를 어디다 저장하려면 그 공간이 어마어마하게 필요한데요.

그런데 그걸 우리 뇌는 어떻게 하냐 하면 모든 자극을 받아들인 것을 전두엽에서 일단 인지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해마라는 곳에 보내거든요. 해마에만 보내는지는 모르겠어요. 해마가 너무 작아서 과연 이 전두엽에 있는 것들이 정말로 해마에 다 들어갈 수 있을까? 어떤 현대 뇌과학자는 해마에 저장되는 방식이 블랙홀과 비슷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어요.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되니까요.


그런데 해마에만 있으면 기억을 할 수 없습니다. 저장고이긴 하지만, 영상화할 수는 없습니다. 해마에 있는 것이 다시 전두엽으로 와야 우리가 기억이라고 할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 해마에서 전두엽으로 보내는 신호는 언제 강해지느냐, 잘 때 깊은 수면을 취할 때 강해집니다. 그러니까 내가 보고 들었던 것을 인지하는 부분이 수동적이든 능동적이든 전두엽에 전달되는 것이고, 그것이 해마로 가는 과정은 우리의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죠.

그런데 해마에서 전두엽으로 가는 것도 우리의 의지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잠을 자야 해마가 전두엽으로 잘 보내더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잠을 자야 우리가 외웠던 것을, 내 해마에 저장되어 있던 것을 기억해 내서 쓸 수가 있는 겁니다.

 

 


 

 

"수면이 장수 유전자를 만든다?"

 

지 - “잠을 잘 자는 게 텔로미어를 길게 하고 노화를 느리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하시면서 수면이 장수 유전자를 깨운다고 하셨는데요.
 

조 - 텔로미어에 대해서는 사실 논란이 있습니다. 텔로미어가 길면 수명이 길다, 그리고 아주 드물게는 다른 암세포에서는 텔로미어가 짧은 것이 오히려 수명이 긴 그런 것도 나타나서요.

텔로미어가 정말로 정답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텔로미어가 긴 것이 노화를 줄이고, 조금 더 긴 수명을 유지한다는 그런 지지 기반에 있는 연구들이 많습니다. 텔로미어 논쟁에서, 물론 텔로미어가 길어지면 우세하다는 학설이 크기는 하지만, 논란이 완벽하게 정리된 것은 아닌데요. 텔로미어를 지지하는 연구들에서 수면은 다 함께한다는 겁니다. 

 

 

지 - 아까 말씀하시기를 책을 어렵게 썼던 것 같다고 하셨는데요. 이 책을 새 버전으로 내실 생각이 있으신 건가요? 
 

조 - 네. 쓰고 싶어요. 이것은 의학서처럼 썼는데요.의학서처럼 말고, 제가 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그리고 그냥 잠에 관한 제 얘기를 조금 더 의학지식스럽지 않게 수필식으로, 물론 저는 글을 잘 못쓰니까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제가 다시 정리를 한다면 훨씬 더 쉽게, 그리고 양을 채워야 한다는 그런 것보다는 제가 강조하고 싶었던 포인트를 중심으로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 있습니다. 기회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 사진_조동찬 기자 제공

 

 

"다음 책은 행복에 관해 쓰고 싶어"

 

지 - 어느 인터뷰를 보니까 다음 책은 행복에 관해서 쓰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조- 제가 팟캐스트에서 한 말인데요. 행복에 대해서 공부를 해보니까 재밌더라고요.

2000년대 초반에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수십 년간 장기 연구를 한 결과를 발표했거든요. 어떤 사람들이 가장 행복한가, 65세를 기준으로 어떤 사람이 가장 행복하냐, 여러 조건들을 쭉쭉쭉 봤더니, 기억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본지 오래돼서요.

사십몇 세 때의 그 사람의 인간관계더라는 연구들이 있거든요. 되게 신기했어요. 그때까지 그 사람이 쌓아온 가족 관계든, 친구 관계든, 인간관계가 65세 때 행복을 결정하는 것들이 이렇게 입증이 되는구나, 이런 식으로 증명이 되는구나, 그런데 거기서 돌아와서 행복은 뭘까, 우리가 느끼는 행복감이라는 것은 무엇이고, 그때 어떤 심경이 작용하고, 어떤 뇌 부위가 움직이며, 어떤 호르몬이 활발하게 분비가 될까, 하는 부분.

그러면 우리가 그것을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느냐, 아니면 그것을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냐, 그리고 행복도 사실은 모든 호르몬이 그렇듯이 기복이 있을진데, 그러면 우리가 행복의 기복에 대해서 사람들은 어떤 수준 밑으로 가면 불행하다고 하고, 어떤 이상으로 가면 행복하다고 할지, 다양한 부분에 대해서 제가 그런 책을 읽다가 보니까 조금 정리를 해보고 싶고, 그런 마음이 있는데요.


실은 아직 팟캐스트도 못했어요. 공부를 하긴 했는데, 정리가 안됐고요. 예를 들면 그건 제가 행복하다고 느낄 때 비로소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제 인생을 딱 볼 때 ‘조동찬 너, 정말 행복하냐?’ 그러면 그 부분이 자신이 없거든요. 자신이 없는 놈이 그것을 하느냐, 물론 공부하는 것은 재밌고, 긴박하고 그런데요. 아직은.... 그런데 도전해보고 싶긴 합니다. 제 인생이 그것에 편안하게 도전할 수 있도록 지금보다는 행복했으면 좋겠고요.

 

 

지 - ‘정말 행복하냐?’는 질문에 자신이 없는 이유가 있으신가요?(웃음)
 

조 - 기본적으로 제가 그런 소인은 좀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리고 작년에 어떤 보도를 하면서 너무 트라우마가 컸어요. 제가 보도했던 어떤 주제가 지금 등장하기만 해도 저는 깜짝깜짝 놀라거든요. 물론 시간이 지나니까, 시간이 참 좋은 약이긴 한데요.

시간이 지나니까 점점점 무뎌지고, 그다음에 중간에 그랬던 적도 있거든요. 너무 힘드니까 ‘이렇게 힘들게는 못 살겠다, 죽거나 말거나 어떻게 되겠지’ 하고 자포자기하니까 훨씬 낫긴 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회복됐다고 얘기할 수 없고요.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것들은 뭐냐 하면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주나, 하는 것에 자신이 없어서요.

 

 

 

 

 

한국 사회를 흔들었던 기사들로 인한 트라우마

 

지 - 기자님께서 그동안 보도했던 일들이 입장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되는 부분도 많고요. 한국 사회를 흔들었던 부분이 많기 때문에 마음의 짐이 된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조 - 다시 한번 느끼는데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제가 어떤 진실을, 팩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그리고 이 팩트를 누르려고 하는 사람들, 당연히 팩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해서 저는 그렇게 보도했는데요.

이 팩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 보도를 한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도 아니고, 이 팩트를 덮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절대적인 악은 아니더라는 겁니다. 절대 선과 절대악이 사실상 존재하고 않고, 내 입장에서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의 입장에서는 제가 절대 악인 겁니다. 그는 본인이 선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거거든요. 그리고 그 사람들이 제 보도로 무너지면 그 원망이, 진심 어린 원망, 진심 어린 증오를 느껴요. ‘내가 잘못했는데, 너한테 잘못 걸렸네’ 이게 아니고요.

‘너는 정말로 네가 잘했다고 생각해? 아니야, 나는 확신해. 나는 잘못이 없고, 네가 잘못했어’라는 아주 전혀 흔들리지 않는 그런 증오들을 경험하다 보니까, 대단히 많이 흔들렸습니다. 그 트라우마에서 아직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했고요.

 

 

지 - 인보사 사태만 해도 그 보도로 인해서 상도 받으셨지만, 그 사태로 손해를 본 분들은 음모론까지 내세우고 그랬는데요. 
 

조 - 지금도 저한테 메일을 보내시고, 제 모든 기사에, 제가 어떤 기사를 써도 그것에 대한 댓글이 달립니다. 

 

 

 

 

세 번의 큰 판데믹 경험

 

지 - 2008년도에 의학전문기자가 되셨고, 그 이후로 세 번의 큰 판데믹이 있었는데요.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를 겪으셨어요. 세 가지 상황에 대해 보도를 많이 하셨고, 겪으시면서 언론의 태도가 변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조 - 제가 2008년도에 입사했는데요. 2009년도에 신종플루가 왔습니다. 취재를 하는 것이 되게 무서웠어요. 특히 그 당시에 아주 두려움을 느꼈던 것이 유명한 탤런트의 아들이 신종플루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그 당시에 조금 안 좋았던 것이 타미플루라는 약이 있어서 의사가 처방했는데요. 타미플루가 자살 충동을 일으킨다, 발작을 일으킨다는 소문이 돌면서 실제로 투약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게 결정적인 사망의 원인으로 추정이 됐는데요.그 당시에 저는 현장이 병원이니까 가장 위험한 곳이잖아요. 집에 들어가자마자 애를 안 봤습니다. 저 혼자만 들어가서 자고 그런 상황이었는데요.


그리고 2015년에 메르스가 있었고요. 그것도 상당히 무서웠어요.

그리고 이번에 코로나, 개인적으로 코로나는 신종플루, 메르스보다는 훨씬 더 큰 세계적인 팬데믹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코로나19를 그때보다는 덜 두려워하는 것 같고요. 그리고 질문을 주셨던 ‘기자의 태도가 어떠냐?’ 사실 그 부분이 좀 아쉬워요.


그 세 번을 경험했던 분들은 아세요. 첫 번째 신종플루 때도 무조건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쓰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끊임없이 방역당국의 의견이 맞는지, 전문가가 맞는지, 끊임없이 계속 취재해야 된다, 메르스 때도 마찬가지였거든요.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도 덮으려고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19도 그런 점이 저는 너무 답답했어요. 그런데 뭐냐 하면 신종플루를 취재했던 기자와 메르스를 취재했던 기자와 코로나19를 취재했던 기자가 다 달라요. 그 당시 처음 취재하는 기자들이 가장 많았고요. 메르스 때도 그걸 처음 취재하는 기자들이 가장 많았고요.

코로나19를 처음 취재하는 기자들이 가장 많기 때문에. 그래서 커다란 세 번의 사태가 있었지만, 언론 보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거죠.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이 전혀 이해관계가 없이 최선을 다해서 브리핑을 한다면, 그걸 받아쓴다는 것이 큰 문제는 안되겠죠.

그런데 대부분은 그렇게 하시는데, 과학적으로 하시고, 진실로 하시는데요. 가끔가다 약간 이상한 포인트들이 있어요. 분명히. 그리고 그것들을 파보면 이해관계가 좀 얽혀 있어요. 그런 부분을 언론이 조정하고 해야 되는데요.


지금은 어떤 분위기냐 하면요. 코로나19를 취재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요. 제가 어떤 보도를 합니다. 정부가 잘못됐다고. 그때 정부가 SBS 조동찬 기자의 보도가 잘못됐다고 하면 다른 기자들은 취재도 하지 않고, 그것을 받아쓰는 예가 몇 번 있었거든요.

그리고 제가 심지어 어떤 일까지 있었냐 하면요. 제가 단독 취재한 것을 보도하지 않고, 기자실에 공유했습니다. 그리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취재한 것을 보도하면 똑같은 방식이 되잖아요. ‘SBS 조동찬이 보도한 것이 사실이 아니고, 이러이러합니다’라고 하면 그냥 다른 언론 매체에서는 그대로 전달될 가능성이 있어 보여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자님들이 시간이 지나니까, 그리고 이것에 대한 지식이 쌓이니까 심도 있게 가고, 조금 더 그들이 잘못된 점을 즉각 즉각 알아내는 방향으로 변하는 것이 보여서요. 그건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된 것이 기자들에게는 장점인 것 같습니다. 한두 달 내에 끝났으면 이것을 취재하는 기자들의 실력이 두 달 상태로 어쩌면 멈추고, 또 다음이 오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그런 일이 됐을지도 모르겠는데요.

한 10개월 정도 되니까, 제가 봐도 지금은 기자님들이 실력 있고, 내용을 간파하는 기자들이 많이 보여서 그것은 되게 좋은 점이었고요. 방금 말씀드렸던 것처럼 처음에는 되게 많이 답답했었습니다.

 

 

지 - 역설적으로 코로나가 오래가서 심층, 장기 취재를 하게 된 부분이 있는 거네요.(웃음)
 

조 - 그렇죠. 저도 코로나19에 관해 정말 많이 실수를 했었고요.

 

 

 

 

코로나 대응은 우리 모두가 잘한 것

 

지 - 언론 보도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대응은 어떻게 보시나요? 워낙 유럽이나 미국에서 사태가 커지다 보니까 한국은 상대적으로 잘하고 있다는 자부심은 좋은데요. 잘못하다 보면 소위 국뽕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거든요.
 

조 - 확진자 수가 적고, 특히 사망자 수가 적은 것은 대단히 잘한 거죠. 그것은 우리가 분명히 누려야 되는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떤 부분에서 잘했느냐 그건 따져봐야죠. 사실 모두가 잘한 겁니다.

그런데 마치 K 방역, 방역 당국만 잘했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현장 의료인들이 엄청나게 반발을 했죠. 실은 우리나라에서 방역 당국은 방역을 하지, 실제로 질병관리본부든 보건소에 계신 분들이 환자를 직접 진료하시는 분은 아니잖아요.

영웅으로 대접받고 계시지만, 정은경 본부장도 코로나 환자를 진료하신 분은 아니에요. 그러면 우리나라의 3만 명 가까운 환자 중에 이렇게 사망자 수가 적은 것에는 누구의 공이 크냐, 현장에 있는 간호사, 의사 선생님들 등 병원 현장에 계시는 분들이지 않습니까? 그 공은 그렇게 돌려야죠.



그리고 우리나라가 잘하기는 한데요. 우리나라만 잘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홍콩, 싱가포르, 일본, 그다음에 발원지라고 생각하고 있는 중국도 잘하고 있죠. 물론 중국이 공개하고 있는 데이터가 투명한 것이냐에 대해서는 퀘션마크가 있기는 하지만요.

미국에서 1일 환자가 20만 명인데요. 한국에서 100여 명, 일본에서 백여 명, 이것은 사실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이것을 지역적, 인종적 특징으로 보는 시각들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파악된 현상으로 우리의 생활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감염병 확진자를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들이 꽁꽁 뭉쳐서 안 움직이면 됩니다. 집 밖에 안 나오면 되는데요. 그렇게 해봤더니 가장 먼저 탈이 나는 것이 사회적 취약 계층입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지금 우리가 감염병을 억압하는 정책은 대단히 신중하게 해야 되는 거죠. 취약계층이 그것 때문에 쓰러질 수 있으니까요. 취약 계층이 쓰러지는 리스크보다 더 큰 베네핏이 확인됐을 때 우리가 억제 정책을 쓰고,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된다는 겁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것이 아니라. 물론 우리나라의 성과는 어느 누구도 뭐라고 하기 힘들고,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다만 우리 국민, 의료진, 정부 모두가 자랑스러운 것이지, 이게 마치 정부가 이끈 방역 당국의 공으로 치우쳐서 말하는 것들에 대해서 일선 의료 현장에서는 어마어마한 거부감을 나타냈잖아요.

그리고 지금 방역 당국이라고 하는 이 정부는 메르스 때도 계셨고, 신종플루 때도 있으셨어요. 그때도 열심히 하셨고요. 어떨 때는 결과가 좋을 수도 있고, 좋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마치 그게 어떤 정치의 힘으로 그것이 된 것인 마냥, 물론 그게 정치인들의 특징일 것 같긴 한데요. 꼭 그것만이 아니라 우리 국민, 모든 국민이 다 같이 한 것이고요.

그리고 우리가 여기서 ‘계속 이렇게 가자’ 그렇게만 할 것이 아니라 심각한 전조증상인 코비드 블루, 지금 정확한 통계는 안 나왔지만, 자살률이 높아가는 그런 현상들이 보이고 있어요. 그러면 냉정하게 따져야죠.

코로나19로 사망할 확률과 억압정책으로 코비드 블루로 사망할 확률을 더 냉정하게 누군가는 따져야 되고요. 우리가 미국이나 유럽보다 더 나은 것은 훨씬 좋고, 기뻐할 일인데요. 그런데 우리 자체의 문제에 국한 시켜서 위험성 같은 것들을 냉정하게 파악해야 되는 그런 때라고 생각합니다.

 



 

"확진자를 비난하거나 개인 정보를 제공했던 것에 대해서는 돌아볼 필요 있어"

 

지 - 코비드 블루나 이런 것으로 인한 자살 위험성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요. 취약계층이 생계가 어려워져서 자살을 한다든지, 이런 경우도 늘어날 수 있고요. 유럽 같은 경우 많은 사람들이 시위를 하고 있는데, 그 사람들에게 ‘너는 이기적이야’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거든요.

한국이 이걸 잘 막은 데는 제가 생각해 볼 때는 한국 사람들이 말을 잘 듣지 않습니까? 마스크 쓰라고 하면 토 달지 않고 쓰고, ‘취약 계층이 힘든데 왜 이렇게 하냐’고 하면 ‘국가적인 재난인데 장사가 중요해?’라고 질문을 막는 풍토도 있는 것 같은데요.
 

조 - 2주 전에 서울 디지털 포럼에서 어떤 교수님이 발제를 하셨는데요. 우리는 환자라고 하지 않고, 확진자라고 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확진자가 방역 수칙을 어떻게 어겼는지를 부각시켜서 그 확진자가 어긴 방역 수칙으로 많은 밀접 접촉자가 발생하면 정부를 포함해서 모든 언론이 비난을 했고요. 그런 과정이었잖아요.

흔히들 얘기했지만, 코로나19보다 코로나19에 걸려서 나의 동선이 노출되는 것이 더 두렵다고. 그런 부분이 감염을 억제하는데 분명히 작용했을 거지만,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했던 것은 상당히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QR코드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그것은 제가 감염이 되지 않았는데, 감염이 될 가능성을 보고 제 개인 정보를 정부가 한 달간 보관하는데요. 이것을 어느 법대 교수님께서 저에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우리나라의 감염병 특별법은 확진 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위험성 때문에 내가 가지고 있는 개인 정보를 국가가 소유하는 건데요.

그 큐알코드는 내가 감염되지도 않았는데, 감염되지도 않는 나의 개인 정보를 국가가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감염병 특별법의 보호를 받지도 않고, 어떠한 법의 보호도 받지 않는다, 사실상 위법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때 어떻게 했냐 하면 저뿐만 아니라 KBS, MBC 방송사는 큐알코드는 아주 파격적이다, 어떤 법이 지지하지도 않고, 우리의 개인 정보가 감염되지도 않았는데, 정부에 제공하는 그런 건데요.

그런 것에 대한 논의 없이 큐알코드는 이렇게 찍는 거예요, 중계하기 바빴습니다. 지금 봐도 너무 죄송합니다. 시청자 여러분께. 그때 고민을 했어야 되는데요.

그 법대 교수님이 하신 말씀을 듣고, 죽비를 한대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아, 그렇구나’ 하고. 이번에는 지나간 일이니까 어쩔 수 없더라도 지금부터라도 ‘감염병을 막기 위해서 개인을 어디까지 희생해야 되느냐. 정말 이렇게 해야 되는거냐’하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 CDC도 그랬잖아요. ‘핸드폰의 위치 기반을 통해서 개인 정보를 얻어내는 것, 동선을 파악하는 것이 감염병을 억제하는데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우리는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실은 감염병을 막는 것과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받는 것은 사실은 어떻게 다퉈봐야 되는 요소도 있는 건데요. 우리는 개인이 어디 있어, 감염병이 문제지, 이렇게 생각한 측면이 있고요.

물론 그것은 우리의 장점일 수도 있지만, 그것을 굉장히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치열하게 다퉈봐야 될 문제인데요. 저는 생각 못 했지만. 정말로 이 부분은 저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보도했었거든요. 

 


 

지 - 어떤 분이 말씀하시기를 코로나 같은 사태를 파시즘적으로 극복하느냐, 민주주의적인 방식으로 극복하느냐에 따라서 그 사회가 파시즘적인 사회로 가느냐, 민주적인 사회로 가느냐의 갈림길이 될 수도 있다고 했는데요.

기자님께서도 말씀하신 것처럼 굉장히 애매한 상황이잖아요. 민주주의적인 방식이 맞나, 분명히 사생활 침해적인 요소도 있고요. 어떻게 보면 공동체를 위해 나를 희생하는 미덕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그렇게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서요. 
 

조 - 제 보도를 보면 ‘당연히 사생활이 어딨어, 감염병은 무조건 막아야지’ 저는 그렇게 보도해왔어요. 그런데 반대되는 말씀을 들으니까 ‘아,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럽이나 미국이 환자들이 많을지언정, 사실 미국이 20만명이 감염이 되고, 누적 사망자가 3만명이 넘어섰는데도 불구하고 안한단 말이에요. 저들은 그렇게 많이 죽는데도, 희생되는데도 지키는 가치, 그게 그 정도의 가치가 있다는거죠.

그런데 우리는 그 정도의 피해는 아닌데요.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되느냐,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는 있을 거 같아요. 말씀드리자면 저는 원사이드하게 ‘개인이 어딨어, 감염병이 문제지’ 이렇게만 무비판적으로 보도했었거든요. 그런데 교수님들의 말씀을 듣고서 ‘아, 그렇구나, 그렇구나’ 이렇게 저도 바뀌게 됐습니다.

 

 

 

 

 

화이자의 백신 발표에 대해

 

지 - 며칠 전에 화이자에서 백신을 만들었다고 발표를 했는데요.
 

조 - 일단 반가운 소식이죠. 화이자에서 유효성이라고 하는데요. 90% 정도,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것이 나왔는데, 그것이 하루빨리 나와서 조금 괜찮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다만 제가 그것을 처음에 받았을 때는, 화이자가 그 결과를 발표했거든요. FDA가 임상시험을 하는 것을 개별 기업이 발표하는 것은 거의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FDA는 중간 결과를 잘 발표하지 않았고요. 최종 결과를 발표하지. 중간 결과, 코로나19에 대한 치료약, 백신은 실은 의학적으로 간다기보다는 조금 정치, 경제공학적으로 어떤 발표들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중간 결과기 때문에 너무나 궁금한 점이 많았습니다.



유효성이 90%만 나왔지, 도대체 어떤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었는지, 예를 들면 코로나19의 80%는 다 경증입니다. 55세 이하에서는 사망률이 제로에 수렴합니다. 55세 이하에서는 코로나19가 무서운 질환이 아닙니다. 65세, 75세, 85세 이상, 기저질환자들에게 코로나19가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인데요.

화이자 백신이 그런 사람에게 예방효과가 있었는지, 어떤지 그런 것이 궁금증으로 남죠. 그들이 가진 유효성이라는 것이 한 번 두 번 맞았을 때 얼마나 지속되는지, 그런 부분들에 대한 궁금증도 있습니다. 얼마나 지속되는지는 지금 나오기는 좀 어려울 것 같고요.

조금 더 시간이 지나봐야 화이자도 FDA도 알 것 같긴 한데요. 그런데 왜 미리 중간에 발표했을까, 원래는 안 그랬었는데요. 미국 FDA가 절대로 안 그랬었거든요. 저는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처음 본 것 같아요.

 


 

지 - 코로나19로 인한 현상 때문인 것 같은데요. 처음 보는 일들이 계속되는 거잖아요.
 

조 - 어떠한 것도 사실 정치와 경제, 특히 경제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그전에 그러니까 어떤 회사와 그 회사가 가지고 있는 어떤 지분, 주식 같은 것들을 정치권력들이 가지고 있고 이런 것들이 서로 얽히면서 이것이 원래 가지고 있는 실체보다 좀 더 과장되게 부풀어지면서 발표하고, 이런 현상들이 전 세계적으로 곳곳에서 벌어지고, 특히 미국에서조차 그런 조짐들이, 그런 냄새들이 나는 것을 보면서 ‘아,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습니다.

그래서 뭐냐 하면 우리도 그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관계자들이 잘하고 계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이해관계가 있단 말이에요. 정부의 정책에 따라서. 실은 우리 언론에, 저한테도 제보가 많이 들어와요. 정부가 이런 정책을 하면서 이 회사들만 납품을 하게 되어 있어요.

그러면 이 정책에 배제된 다른 회사들은 ‘우리도 똑같이 이런 효과가 있고, 효능이 있는데 왜 우리 것은 안 하냐?’고 하는데요. 좀 들여다보려고 하니까, 우리는 정보가 투명하게 다 공개되어 있지 않은 맹점이 있었어요. 우리나라는.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왜 이 업체를 선정했고, 내가 이 업체를 배제했는지’ 그런 근거 기준들을 제시하고, 누가 판단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스템이 우리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전문가 위원인데요. 얼마 전에 논의되어서 나왔는데요. 미국 FDA는 정책을 할 때 전문가 위원이 구성이 되려면 그 전문가 위원들은 그것과 관련된 주식을 본인은 물론 가족들이 아무도 안 가지고 있는 것이 확인이 되어야만 전문가 위원이 될 수 있거든요.

우리나라는 그게 없어요. 이게 그래서 굉장히 말이 많아요. 지금 전문가들 사이에서 그게 논쟁의 소지라면 우리가 이것을 빨리 만들어야 됩니다.

예를 들면 줄기세포에 관해 국가 정책의 자문을 하는 위원회라면 줄기세포 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걸 하면 안 되잖아요. 왜냐하면, 본인의 결정에 따라서 회사가 이해관계가 엄청나게 달라지니까요.

그런 부분들은 우리나라가 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전문가들 회의에서 나왔던 내용입니다. 그 자리에서 들었던 건데, 듣고 나니까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고요.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 최초 보도, 그 후

 

지 - 의혹이 있다면 그런 사람들은 정책을 만드는 데서 배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2011년 가습기 살균제가 ‘새로운 질환이라 역학조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보도하셨는데요.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논란이 되어왔지만, 몇 년 전에야 가닥이 잡히기 시작한 건데요.
 

조 - 실은 최근에 환경부가 폐외 질환도 인정한다, 모두 인정하겠다고 했는데요. 제가 2년 전에 보도를 했었던 겁니다. 그때 환경부가 다 부인을 했던 겁니다. 제 후배인 환경부 출입 기자가 ‘찾아보니까 선배가 다 하셨던 건데, 그때는 환경부가 다 부인했던 거더라고요’라고 했어요.

저는 기자가 큰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제 보도는 그것을 연구했던 분들이 저에게 ‘이걸 보도해 줘’라고 한 겁니다.저는 그것을 보도한 것뿐입니다. 제가 연구한 것이 아니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폐의 섬유화 말고도 폐 외의 질환 등 여러 가지 각양각색의 질환들이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를 가지고 오셔서 저는 보도했을 뿐이에요.

물론 밖으로 알려지는 것은 제 보도를 통해서겠지만, 그분들이 계속 학회나 이런 데서 얘기해도 정부가 안 들어주니까 저한테 부탁을 하신 거죠. ‘동찬아, 네가 보도 좀 해줘’ 그래서 한 건데요. 그때는 참, 물론 지금 환경부 담당관이 바뀌었지만, 그때는 보도 자료를 통해서 부인하셨거든요. ‘느리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고요.



그런데 문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이미 상처가 회복될 수 없을 만큼 어떤 선을 넘어서 그분들에게 별로 위안이 되고 있는 것 같지 않아서 그게 좀 안타까워요.

그래서 어떤 문제는 피해자들의 상처가 불가역적으로 악화하기 전에 가역적일 수 있을 때 빨리 잘못을 교정하는 것도 중요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 드냐 하면요. 그 주제를 감히 못하겠어요. 피해자분들에게 너무 죄송한 부분도 있고요.

사실 2011년도의 보도도 제가 한 것이 아니고요. 그때 원래는 정부가 뭐냐 하면, 일반적인 폐섬유화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일반적인 폐섬유화란 무엇인가, 하는 취재를 갔는데요. 한양대에 계신 제 스승님이 인터뷰를 해주셨는데요. ‘아산병원에 이런 환자가 있는데, 일반적인 폐섬유 환자인지 물어보자’고 해서 주치의에게 전화를 하셨어요.

그 주치의 선생님이 뭐라고 하셨냐 하면, ‘이거 일반적인 폐섬유화가 아닙니다. 우리가 모든 문헌을 다 검토해봤는데, 이건 전혀 새로운 질환입니다’라고 해서 역학 조사가 필요하다고 알게 된 거고요. 사실은 제가 한 게 아니죠. 현장에 계신 분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저를 통해서 전달하게 한 것이죠.

 
 

 

지 - 겸손하게 말씀하셨지만, 보도를 안 하셨으면 그 사안이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거나, 상당히 늦게 알려졌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 사안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하셨잖아요. 다른 이슈들도 다루셔야 되니까요.
 

조 - 제가 지금 처음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접했다면요. 2011년의 조동찬과 2020년의 조동찬은 많이 다르죠.

그러니까 정부 관계자 아는 사람도, 학자를 아는 사람도, 시민단체를 아는 사람도, 정치인을 아는 사람도 다 달라서요. 만약 지금 알았으면 훨씬 더 빠르게 역학조사를 이루고, 그다음에 해당 기업들로 하여금 좀 더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구제책을 빠르게 할 수 있게 하지 않았을까 싶고요. 지금이면 ‘가습기 살균제 이슈를 계속 다뤄야 합니다’라고 할 수 있는데, 그때는 가습기 살균제를 다루다가 다른 이슈가 터지면 그걸 다룰 수밖에 없었습니다.


2020년의 조동찬이면 ‘아닙니다. 다른 이슈 전에 이것 먼저 해결해야 됩니다. 이것으로 몰아붙입시다’ 이렇게 할 수 있었을 텐데요. 가습기 살균제는 저는 어떻게 생각하냐 하면 그 문제가 나한테 너무 빨리 찾아왔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충분히 다룰 능력이 안될 때 저에게 찾아온 이슈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걸로 저는 성장을 했는데요. 피해자분들, 그리고 이 사태가 해결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못된 것 같았던 죄송함이 있고요.

그래서 2018년에 연수차 미국에 갔다가 2019년에 와서 가장 먼저 보도했던 것은 가습기 살균제인데요. 그때도 정부는 다 부인을 했습니다. 그 당시 부인하던 것을 지금은 다 인정하고 있더라고요. SK가 만들고, 애경이 판매한 것이 인체에 해가 없다는 했는데요. 연구가 잘못됐고, 문서가 잘못됐고, 형식이 잘못됐고, 공정위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제가 기사화했고, 취재 파일도 썼었는데요.

그 당시 정부는 부인했었죠. 지금은 본인들이 부인했던 말들을 본인들이 맞는다고 보도자료를 내는 것을 보면서 시간이라는 것이 어쨌든 해결해 주는구나 하는 느낌을 계속 받고 있습니다.

 

 

 

 

국정 농단 사태를 집요하게 쫓게 만든 세월호 사건

 

지 -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항간에서는 안방의 세월호라고 표현을 많이 했지 않습니까? 어느 인터뷰에서 ‘국정 농단 사태를 집요하게 쫓았던 이유는 세월호 때문이다’라고 하셨는데요. 그 사건이 기자님한테는 어떤 의미가 있었던 건가요?
 

조  - 세월호는 누구에게나 트라우마죠. 전 국민이 생방송을 보는 가운데, 전원 구조됐다고 생각했는데요. 갑자기 배가 가라앉고, 뒤집어진 영상과 그리고 거기에 수백 명의 학생들이 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저게 가라앉으면 다 죽는 건데, 죽는 현장을 보고 있는 건데요. 뭐, 저도 대단히 아팠고요.

그리고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있잖아요. 왜 선장은 빠져나왔는데, 애들한테는 아무도 나오란 말을 안 했고요. 거기에 얽힌 수많은 의혹들이 있었고, 저도 어른으로서 죄송한 면이 있었거든요.



세월호 때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하나였습니다. 배가 뒤집어졌을 때 에어 포켓이 만들어져서 살 수 있는 확률을 저한테 보도하라고 했는데요. 제가 안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거는. 천안함 때 그 보도를 했었어요. 천안함이 침몰했을 때 거기에 에어포켓이 형성되어서 살 확률이 있습니다, 하고 제가 보도를 했는데요.

천안함 유가족이 저한테 메일을 보내셨더라고요. 최근에 찾아보니까 천안함 유족이 보낸 메일을 이제는 상처가 좀 아물어서 기록해서 만들려고 했더니 제가 그것을 실수로 삭제했나 보더라고요. 보시는 유족 분들은 기억하시겠죠. 저한테 보내셨으니까요. 자기 가족이 살아있을 확률을 의학 기자가 하는 말이라 믿었대요.

그런데 나중에 사망시간을 추정해보면 이미 배가 가라앉자마자 즉사하신 거예요. 그래서 에어포켓이 언제 만들어지는지 본인이 공부했대요.

‘조동찬 기자님. 공부 좀 똑바로 하시고, 보도하세요. 가족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습니다’, 그 메일을 받고 에어포켓에 대해서 다시 공부를 했습니다.

그렇게 서서히 뒤집어지고, 서서히 가라앉는 경우에 에어포켓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때 그랬죠.

그래서 제가 ‘에어포켓이 이렇게 하는 데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래서 저는 그 보도를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했었고요.



그다음에는 아이들의 트라우마죠. 단원구에 가서 소아정신과 전문의들이 갔을 때 저도 가서 아이들에게 ‘우리 어른들에게 뭘 원하느냐, 어떤 메시지를 원하느냐?’고 물었는데요. ‘잊지 말아 달라, 기억해달라’는 거죠. ‘그리고 미안하다고 사과해달라’ 그 메시지를 전했던 기억이 있고요.제가 할 수 있는 것이 그 정도였죠.


그러다가 태블릿 PC 사건이 터지면서 이게 세월호 7시간으로 언론사의 보도 경쟁이 붙었습니다. 그런데 청와대에서는 의약품과 관련된 것이 많았습니다. 시술이나 이런 것. 그래서 제가 달려들어야죠. 의학과 관련된 거니까, 달려들면서 보니까 여러 유착 관계들이 포착이 됐고요. 그 유착 관계들을 포착을 하다 보니까 숨기는 사람들이 보이고, 숨기는 사람들 중에는 어떤 의료인들이 등장하고요. 
 

그땐 그랬죠. 내가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했는데요. 그날의 진실을 조금이라도 밝히는 데 도움이 된다면 해야지, 그런 마음으로 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 보도가 얼마큼 도움이 됐는지는 자신이 없더라고요. 박주민 의원님께서 세월호 7시간에 관련해서 보도했던 사람.


 

 

 

 

지 - <대통령의 7시간 추적자들>이라는 책에도 참여하셨죠.
 

조 - 저를 거기다 넣으셨더라고요. 영광스럽게 참여했는데요. 그것을 인터뷰하면서 제가 드렸던 말씀인 것 같은데요.

어린애들이 죽어가는 현장을 손놓고 봤던 어른으로서의 책임감, 그 취재는 하기 싫고, 너무나 추잡하고 그래서 싫었는데요. 아니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지 모르니까, 한번 해보자, 그런 마음이었죠.

다시 생각해도 그때 아쉬운 것이 되게 많아요. 어떠한 권력 기관도 확인해 주지 않는, 누구의 출입국 기록이라든가, 누구의 계좌 목록 이런 것들이 조금만 주어지면 확 단서를 잡아서 끌고 왔을 텐데요. 그런 것들이 안 되어 있어서 저 역시도 묻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그때 특별검사팀장님, 검사님하고도 통화를 한 적이 있는데요. 아무튼 그랬습니다.

 

  

 

 

"투명한 자료 공개가 아쉬워"

 

지 - 감시를 하기 위해서 이를테면 병원에도 그렇고,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할 때도 고문을 하지 않게 CCTV를 달아놓아도 실효성이 없잖아요. 그날 갑자기 고장이 났다고 해도 단죄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요.

하필이면 그날 고장이 났냐고 입증을 요구할 수 있어야 되는데, 입증을 못해도 별 책임을 묻지 않거나 못하는 사회다 보니까 그런 게 좀 답답하셨을 것 같은데요. 자료 요청에 대해서 협조도 잘 안되고.
 

조 - 많이 답답해요. 그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답답했고요.

그다음에 지금도 뭐냐 하면, 지금은 식약처를 떠나신 분인데요. 그분이 식약처의 되게 높은 직급에 있을 때 ‘왜 기자들이 자료를 달라고 하면 자료를 안 주고, 국회의원들이 달라고 하면 주냐’고 따졌어요.

“그러니까 기자들이 맨날 국회의원실에 가서 ‘국회의원 인터뷰 실어 드릴 테니 자료 좀 달라’고 하고 맨날 이상하게 되지 않냐. 왜 정상적인 취재를 공무원들이 방해를 하냐"라고 했죠.



그런데 그때 그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알았어. 다른 사람은 모르겠는데, 조동찬 네가 달라고 하면 우리가 공개할 수 있는 것은 다 줄게’ 하고 정말 다 주셨어요. 그런데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다른 분으로 바뀌니까 안되더라고요.

사실 이렇게 정부가 정책을 결정하고, 그것에 대해 어떤 근거가 마련되어 있는지는 국가 이익에 침범하지 않는, 사기업의 이익을 침범하지 않는 한에 있어서는 공개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맨날 국회 보좌관님들한테 가서 달라고 하면 자료가 오긴 와요. 기자들이 전부 다 국회로 쫓아가는 이상한 시스템이 되거든요. 기자들이 취재를 해당 부처에 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실 보좌관에게 취재를 하러 갑니다. 어디 어디 자료 좀 주세요, 하고. 누가 기자인지, 누가 정치인인지 모를 만큼 이상한 상황인 거죠.

 
 
 

지 - 국회의원 분들은 어쩔 수 없이 자기 정당의 이익에 맞춰서 팩트를 우리한테 유리하면 내보내고, 불리하면 숨길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조 - 늘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럴 위험성이 늘 있는 거죠. 정치인이라는 것은 특정 이해 정당의 소속이니까요.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사람들에 대하여

 

지 - 기자님께서는 아무래도 국민들이 알 권리를 위한 보도들을 많이 하셨는데요. 세월호든 천안함이든 백남기 농민 사안이든 생명에 관한 문제고, 정치적으로 입장에 따라 달려져야 될 문제가 아닌데요. 우리나라에서는 달라져 왔고요. 기자님에 대해서도 좌파적인 시각으로 보도한다고 의심하는 분들도 꽤 있었던 것 같은데요. 
 

조 - 꽤 많았죠.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가 잘못되었다는 제 보도를 철저하게 지지하셨던 분들이 2020년 조동찬의 보도를 가장 많이 욕하십니다. 현 정부의 방역 정책을 좀 비판했으니까요. 저 뿐만 아니라 기자들은 사안에 집중하거든요. 어떤 사람에, 어떤 정치적 집단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벌어진 사안만 쫓아다니는 것이 기자거든요.

그런데 보시는 분들이, 어쨌든 다행이에요. 제가 좌파적인 성향이 있다고 하다가 2020년에 싹 씻었어요.(웃음) 그건 좋은데, 공격이. 제 기사, 예를 들면 현 정부의 방역 대책, 특히나 처음에 조기 종식을 선언하고, 음식점을 가도 되고, 자유롭게 활동해도 된다고 한 것들을 비판하는 보도가 나갔을 때 다음(DAUM)에 한 시간에 만개의 댓글이 달리더라고요. 제 보도 중 가장 실시간으로 많은 악플이 달린 것이 2020년에 있었습니다.

작년 인보사 때보다 더 많은 악플이 달렸습니다. 작년 인보사 사태 때는 구조적이고, 조직적인 댓글이 많이 달렸다면요.

 
 

지 - 이해관계가 확실하니까요.
 

조 - 이번에는 무차별적인 악플을 경험했는데요. 괜찮습니다. 화나시면 저한테 그렇게 댓글로라도 푸셔야죠.

 

  


△ 사진_조동찬 기자 제공

 

 

외인사와 병사에 대해 국민들이 뚜렷하게 알게 된 계기

 

지 - 의학 기사기도 하면서 정치적인 기사가 될 수밖에 없는 기사들이 있는데요. 백남기 농민에 관련된 기사가 그렇고요. 국민들이 그 사안으로 인해서 외인사와 병사의 의미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게 됐는데요.(웃음) 그런 사안을 취재할 때 가장 염두에 두시는 부분은 어떤 건가요?
 

조 - 그냥 있는 대로 가는 거죠. 취재된 대로 가는 거고요. 그러니까 딱 하나예요. 내가 이것을 피할 수 있나, 하는 겁니다.


제 후배 기자가 ‘선배는 신경외과 전문의 아니에요?’라고 할 때 백남기 농민이 누군지도 몰랐고요. 나름 바쁘게 살아서 제 관심에 안 들어왔어요. ‘아니 지금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를 가지고 신경외과 영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선배가 정리하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하고 저를 질타하는 거 있죠. 되게 기분 나빴어요. 물론 그 후배는 절 아끼니까 말한 건데요.

그래서 ‘피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다가 후배의 그런 지적은 피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들여다보니까,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이걸 어떻게 풀어갈 것이냐, 나의 잘못된 느낌을 어떤 식으로 풀어갈 것이냐, 어쩔 수 없이 국내 최고 전문가들한테 물어보는 거죠. 대답해 주세요, 대답해 주세요, 하고.

원래 취재파일부터 시작했는데, 지금 국시원장님이 되신 이윤성 교수님이죠. 국시원장님이 인턴들 시험 기회를 줘야 된다고 말씀하신 것 때문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분들이 비판을 하셨는데요. 인턴 선생님들의 기회를 다시 줘야 된다는 이윤성 국시원장님이 당시에는 서울대 법대 법의학과 교수님이었고요. 저에게 말씀하셨던 분입니다.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는 잘못됐다, 원칙에 어긋났다고 말씀해 주셨고요. 역사의 한 페이지에 계신 분이에요. 사실은.


제가 그때 그랬어요. ‘교수님. 익명으로 할까요?’ 얘기했더니 ‘야, 나도 정치적 성향은 있어’ 그분은 좀 우파적인 성향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은 전문성으로 하는 거야, 네가 알아서 해’ 그러셨어요.

그래서 제가 이름을 실명으로 보도한 거죠. 저도 되게 많이 배웠죠. 정말로 그래야 되는구나, 이 걱정 저 걱정 하는 것이 아니라 취재된 데로 하는 거구나, 그냥 가는 거구나.(웃음) 전문가들한테 물어서 따진 다음에 따져서 이게 맞으면 이거대로 가는 거야,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고 한 거죠. 그런데 그렇게 파장이 크고, 그렇게 많이 욕을 할 줄은 몰랐어요. 그것까지는 예상을 하지 못했습니다.(웃음)

 
 

 

 

"개인의료 정보 판매 건에 대한 보도,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어"

 

지 - 그 사안에 따라서 정치적 이득을 보는 사람도 있고, 상처를 받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개인의료 정보 300만 건을 제약회사에 판 것을 보도하셨는데요. 기자님께서는 굉장히 중요한 기사라고 생각하셨는데요.
 

조 - 아직도 해결이 안 되고 있죠. 그것도 제보를 통해서 한 건데요. 제보자를 다 밝힐 수는 없으니까요.

제보자가 그때 약학정보원에서 개인 의료 정보, 처방 내역 기록을 백도어 시스템으로 컴퓨터에 저장한 다음에 이것을 약간 가공해서 IMS 헬스 코리아라고 하는 다국적 정보기관 회사에 판다고 하는 거예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의료 정보를 공개하는데, 어떤 환자 이름, 주민번호, 의사 이름, 병원 번호, 처방 내역, 어떤 질환에 어떤 처방을 했다는 것이 쭉 나와 있는 그야말로 개인의료 정보죠.그리고 그걸 주민번호 암호화해서 개인은 빼서 이쪽에 넘긴다, 그런데 그것을 다시 역으로 추적해보면 다 알 수 있다는 식의 제보가 있었는데요.


그때 제가 판단하기에는 이것을 제가 그냥 보도를 하면 ‘우리는 이미 다 없다. 저건 쟤의 일탈일 뿐이다’ 이렇게 할 것이 분명하고요. 만약 컴퓨터를 포맷시키고, 우리는 그런 것 없다고 할 수도 있어서요.

회사 선배와 어떻게 할까를 상의했어요.

그 제보자의 물증이 검찰의 압수수색 물증으로 나와야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 제보자를 설득해서 이건 행정기관에 고발을 하게끔 해야 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해서요. 제보자를 어렵게 설득했어요.

보도하는 것은 보도하는 건데, 보도했다가는 자칫 논란만 되니까요. 그냥 신고를 하시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어요.

그래서 제보자가 어렵게 신고를 했고, 그 신고 과정에서 검찰이 압수수색을 했고, 압수 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동일한 그런 것이 나와서 보도될 수 있었는데요. 이게 어떤 문제가 있냐 하면요. 개인 정보가 있었고, 또 이것을 이용하는 측면에서는 ‘빅데이터다. 이런 것들을 활용해야지 뭐 하는 거냐?’ 이것 때문에 몇 년째 해결이 안 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안을 보는 외국의 시각, 이것을 정말로 예의주시했던 것이 하버드 대학교거든요.

2015년도에 실제로 논문을 냈습니다. ‘한국에서 IMS 헬스 코리아가 개인 정보를 이용해서 암호화했다고 하지만, 그것을 역으로 자기네들이 풀었더니 개인 정보가 그대로 나온다. 이건 명백한 불법이다’라고 하는 논문이에요. 하버드 대학에서 나온 논문이죠.

그리고 하버드 대학에서 저한테 취재를 왔었어요. 하버드대는 그런 개인 정보는 대단히 악용하는 기업이 IMS라고 생각하는데요. 전 세계에서 이런 것이 만연하게 벌어지는데, 이것에 관련된 것이 한국에서만 나온다, 한국에서 그것을 취재한 기자를 연결해달라고 한국기자 협회에 요청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쪽의 연구관이 와서 저를 만나고, 제보자 만나고, 수사했던 검찰을 만나고 해서 책을 썼는데요.

영문판에 제 얘기가 2~3페이지 나오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있었죠. 지금은 그런 식의 문제로 결과가 안 나오는, 뭔가 덮어진 이상한 상태로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데 뭐냐 하면 그런 것을 활용하는 것은 좋다는 거예요. 제도 이전에 불법적인 것으로 그것을 활용했던 사람들에게 벌은 줘야죠. 그것을 활용하는데 국민들에게 어떤 동의를 얻을 것이며, 의료 정보는 뭐냐 하면 준 사람도 거기에 기여를 한 거거든요.

분명히 국민 몫이 있습니다. 그것을 해서 가공한 사람들만 이득을 취할 것이 아니라 원천 데이터를 준 그런 사람들에게도 분명히 뭔가를 줘야 하는 그런 부분도 고민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의사하면서 배운 기법을 통해 따낸 첫 리포트, 아내 토막 살인범의 멘트

 

지 - 기자가 되어서 했던 첫 리포트가 아내 토막 살인범의 멘트였다던데요. 범인의 멘트를 다른 기자는 못 땄는데, 기자님만 따셨다면서요. 의사하면서 배운 기법을 활용하셨다고 하셨는데요.
 

조 - 정신건강의학과 돌 때 배우거든요.

저는 트레이닝을 안 받았지만, 한 달 정도 실습을 할 때, 스몰 토크라고 하죠. 정신과 선생님들이 ‘식사 어떻게 하셨어요?’하고 물어요. 잽이지만, 가볍게 묻는 거지만, 가볍게 묻는 것만은 아니에요.

식사는 어떻게 했냐가 대단히 중요한 얘기거든요. 잘 주무셨어요, 지난번에 어머님하고 만나셨어요, 이런 식의 스몰 토크지만, 그분의 상태를 알 수 있는 가벼운 얘기들로 접근하시거든요.

저는 아는 게 없으니까, 저희 신경외과는 노골적으로 질문하는 과긴 하지만, 그렇게 해서 앉아서 그런 식으로 했습니다.

‘어떠셨어요?’ 이런 얘기 하고, 지금 정확한 워딩은 기억은 안 납니다만, 그분이 ‘차라리 이렇게 된 것이 나은 것 같아요’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그런데 보니까 술기운에 그렇게 하셨던 것 같은데요’ ‘아, 네. 술 먹고 싸우다가 그랬어요’ ‘칼을 쓴 것은 우발적인 것 같긴 하네요’ 그러다가 물어본 거죠.


그런데 궁금한 것이 ‘왜 토막을 내셨나요?’ 하니까 ‘한꺼번에 움직이려고 하는데, 도저히 무거워서 안되겠더라고요.그래서 그런 거죠’라고 해요.묘사가 너무나 잔인하잖아요. 하나도 방송에는 못 썼는데요.

그걸 옆에서 지켜보는 형사님이 그러시는 거예요. 다른 기자들은 다 와서 한마디도 못 따고 갔는데, 쟤는 초짜가 와서 다 따서 가네, 그 형사님이 그 이후에 많이 도와주셨어요. 첫 리포트니까 아침 리포트긴 하지만, 여전히 대단히 기억에 많이 남는 거죠.

 

 

지 - 성동 경찰서였죠? 저도 거기 취재를 나갔던 적이 있었는데요. 다른 사안에 있어서도 의사 생활을 하셨던 것이 많이 도움이 되시겠네요.
 

조 - 제가 의사였던 부분, 저희 보도국에 230명의 기자가 있는데요. 그중에 제가 유일한 의사 출신이거든요. 의사 아닌 기자의 시각은 229명이잖아요. 의학전문기자는 철저하게 의사의 시각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우리 SBS의 다양성이 더 풍부해진다고 생각하고요.

 
 


△ 2010년 아이티 지진때 의료봉사 및 취재 사진(사진_조동찬 기자 제공)


 

 

의학 저널리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지 - 의학 저널리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떤 건가요?
 

조 - 너무 어려운데요. 의학 저널리즘이 일반 저널리즘과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널리즘에서 중요한 것이 의학 분야를 취재할 때도 똑같이 중요한 거죠. 어쨌거나 근거 중심이어야 된다, 그리고 그 근거들이 지향하고 있는 어떤 모습은 상상력이 좀 필요한 것 같고요. 그게 논문과 기사의 다른 점인 것 같아요. 논문은 근거를 대서 여기까지가 근거라는 것이 끝인데요.

기사는 이 근거들이 지향하는 것이 어떤 모습인가를 내가 상상해야 되는 그런 부분들이 있죠. 근거 없이 상상하는 것은 뇌피셜이라고 하잖아요. 그건 대단히 경계해야 될 것 같고요. 철저하게 근거 중심으로 상상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 - 앞으로 다루고 싶은 의학 이슈가 있으신가요? 최근에 관심 가지고 계신 이슈가 있으신가요?
 

조 - 저는 제가 논란의 중심에 서는 보도는 이번 생에는 더 이상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웃음)

어, 정말 계속 기도합니다. 이번 생에는 그런 주제를 저한테 더 이상 던지지 마십시오, 저는 정말 피하고 싶습니다, 하고요. 그런데 피할 수 없다면 하긴 해야겠는데요.(웃음)

피할 수 없으면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피할 수 없더라도 나는 안 하겠다고 하면 저는 기자를 관둬야 되겠죠. 그때가 되면, 제가 안쓰러워지면 분명히 그만둘 겁니다.



앞으로는 제가 좀 감동받고, 제가 좀 새롭게 느낄 수 있는 뉴스를 하고 싶어요. 예를 들면 ‘이런 것이 화제가 되더라’ 이런 것 말고, ‘나는 이게 정말 재밌는데, 이게 정말 새로웠는데, 아, 이 사람 인터뷰를 하고 싶은데’ 이런 것들을 하고 싶은 거죠.

그게 예를 들면 행복이죠. 행복이라고 하면 뜬구름 잡는 소리 하냐고 하는데요.

이것을 어떻게 구조적으로 할까, 어떻게 딱 보여줄까, 행복이 뭔지를, 행복이 가지고 있는 현대의학적 관점을 어떻게 맛있게 보여드릴까, 그러면 여기서 우리가 행복하다는 건, 행복하지 않다는 건, 어떤 차이가 있느냐를 어떻게 보여드릴 수 있을까, 그러면 우리가 행복은 노력해서 쟁취할 수 있는 것이냐, 팔자냐, 예를 들면 그런 것들을 하고 싶어요. 사람? 저는 그렇거든요. 사람의 인상을 중요시하게 생각하는데요. 인상이라는 게 도대체 뭐냐, 현대 과학에서 인상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느냐, 이런 것들에 관심이 가는 거죠.

 


 

지 - 성형외과 유령 살인 등을 고발하고 있는 닥터 벤데타님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비 온 뒤에서도 인터뷰를 했었거든요. 저는 굉장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기자님은 그걸 보도하신 적은 없으신가요?
 

조 - 유령 수술에 대해서 한두 번 취재를 했었는지는 모르겠는데요. 기억은 잘 안 나는 것 같아요. 어떤 병원에 가서 눈코를 수술하다가 죽었다는 환자를, 병원에 오는 와중에 거기 있으니까 네가 직접 가라고 해서 갔는데, 되게 무서웠어요. 가드 같은 분들이 나와서 막으려고 하고 그래서요.

그 부분은 아직 제가 잘 들여다보지는 않았는데요. 유령 수술은 제가 사실 취재했던 것이 성형외과보다는 산부인과였거든요. 여성 선생님들이 하는데, 나중에 수술방에 들어가 보니까 남자 선생님들이 했다는 제보가 몇 개 와서요.



취재를 하다가 보도를 안 했어요. 남자 선생님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산모들이 여선생님만 찾기 때문에 그런 건데요. 그래서 남자 선생님들이 해서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사고가 생겼는지를 봤더니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환자로서는 되게 기분 나쁜 거잖아요. 환자분은 속는 거니까요.

어떻게 할까를 고민했는데요. 환자로서는 굉장히 억울한 일인데, 남자 선생님들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고, 그렇지 않으면 산부인과 현장이 안 돌아가는 거예요. 그래서 하여튼 우리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으면 지금은 하지 말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주 고민스럽게 취재를 했다가 결국은 데스크랑 상의해서 안 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습니다. 성형외과 유령 수술은 아주 심도 있게 취재한 기억은 없습니다.

 

 

지 - 6년 이상 주장하고 계신데, 해결의 기미가 보일 듯 말 듯 해서 답답해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조 - 예. 알겠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져보겠습니다.

 

 

지 - 아무래도 방송 리포트의 경우 특집이나 다큐멘터리가 아닐 경우 시간이 한정이 되어 있어서 지면에 비해서 심층 보도를 하기에 답답한 부분이 있지 않나요?
 

조 - 답답한 부분이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팟캐스트라는 채널이 있고, 라디오가 있고, 길게 쓸 수 있는 취재 파일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말씀드리면 윗분들은 ‘우리가 채널이 얼마나 많은데, 답답해?’ 하고 말씀을 하시죠.

방송기자의 취재 과정은 10을 취재하면 8을 버려야 되거든요. 그런 부분, 짧게 짧게 어떻게 압축하고 요약하고 함축하는 것이 필요한데요. 소설을 쓰냐, 시를 쓰냐, 이런 것과 비슷한데요. 시가 소설에 비해서 짧지만 가볍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저는 그런 느낌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다른 부분의 채널 같은 경우에는 충분히 그런 부분들이 있어서요. 저는 저의 심층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부족하다고는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팟캐스트는 제가 힐링 받으려고 하는 거거든요. 제가 못다 했던 말, 못 담았던 말을 막 할 수 있는 매체고요.

최근 들어서는 라디오나 이런 데서도 많이 불러주셔서요. 그런 데서도 훨씬 깊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사실 글은 써야 되는데요. 취재 파일은 올해는 거의 못 썼거든요. 그 이유는 일단 8뉴스 리포트 양을 작년의 두 배 이상 하고 있어서요. 일이 많아졌고요. 어떤 분들은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길게 취재 파일을 안 써주냐고. 제가 다음 리포트를 준비하기도 좀 바빠서요.

 

 

지 - 처음에 기자가 된다고 하셨을 때 주변에서 90% 이상이 반대를 하셨다고 하셨는데요.
 

조 - 다 반대를 했죠.

 
 


△ 신경외과 의사 시절 수술 집도 사진(사진_조동찬 기자 제공)

 

 

가장 보람 있었던 때와 힘들었던 때

 

지 - 지금까지 13년 차 기자 생활을 하시면서 가장 보람이 있었던 것은 어떤 건가요?
 

조 - 가장 보람이 있는 것은 우리 딸아이가 아빠가 방송국에 다니는 것을 좋아하더라고요. 커가면서 SBS라고 하니까 ‘와, 아빠가 다니는 회사가 SBS였어?’ 그러고요.(웃음) SBS에 걔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오면 ‘아빠 그 연예인 사인받을 수 있어?’ 그러면 ‘아니, 그럴 수 없어’ ‘아, 왜?’ 이런 식인데요.

우리 아이가 예능 프로그램인 <아는 형님>을 좋아해요. 거기 김영철 씨가 나오는데, 그분이 라디오 프로그램을 하시는데 거기서 코로나 때문에 저를 부르셨어요. 김영철 씨하고 찍은 사진이 올라왔어요.

저는 제 딸아이가 김영철 씨를 좋아하는지 모르고, 가족 단독방에 그 사진을 올렸거든요. ‘아빠, 어떻게 된 거야?’ ‘김영철 아저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아빠가 출연했는데’ ‘그럼 얘기를 했어야지’.(웃음) 그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고, 제가 유일하게 선택을 잘했다고 생각할 때가 그럴 때 정도고요. 나머지는 잘했는지, 어땠는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은.

 

 

지 - 반대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요? 이렇게 힘든 길을 왜 갔을까, 싶을 때도 있을 것 같은데요.
 

조 -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때 저에게 직접적으로 얘기하신 분이 있습니다. 한양의대 나온 놈이 얻다 대고 서울대 병원 진단서에 토를 달아,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지 - 아이고. 
 

조 - 그런 상처서부터. 작년에는 인보사로 제가 지금도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울 정도로 협박을 받았거든요. 

 

 

지 - 가족사진이 인터넷도 올라오기도 하고 했죠.
 

조 - 참 많이 후회했죠. 그리고 이게 왜, 내가 뭘 잘못했길래, 이런 삶을 사나, 이렇게 했다가 그렇게 고통스러운 끝에 정말로 큰 상들이 주어지니까 이런 상들은 공짜가 아닌가 보다 하는 생각을 했죠. 그 상을 받은 기사가 나오면 그걸 어떻게 알고 와서 기사들마다 악플을 다셔요.

 

 

지 - 네가 우리한테 그렇게 피해를 주고.(웃음)

조 - 그렇죠. 

 

 

지 - 좋았던 기억, 나빴던 기억 모두에 가족이 들어가 있네요. 본인도 힘드셨겠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면 가족 신상을 털어서 게시판에 올리고 그런 일들이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텐데요.
 

조 - 그러네요. 그리고 좋았던 것은 뭐냐 하면요.

이 친구가 2018년에 고인이 됐는데요. 이 분이 말기 암을 진단받은 상태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거예요. 자원봉사를 하는 사진이 너무나 표정이 밝아요. 그래서 세브란스 홍보팀에 전화를 해서 이 분 인터뷰를 하게 해달라고 했죠. 인터뷰를 해서 인터뷰 기사를 냈는데요.

인터뷰하는 내내 제가 감동을 받았어요. 그래서 나중에 한 번 더 인터뷰를 했는데요. 한 번 더 인터뷰를 하게 된 것이 뭐냐 하면, 본인이 항암 치료를 받아야 되니까 힘든 거죠. 그 와중에서 연락을 했는데요.


마술사 이은결 씨가 그 기사를 보고 초대를 한 거예요. 김단우 양인데, 그분을 자기 마술쇼에 초대하고 싶다, 저도 초대하고 싶다고 해서 초대권을 두개 보내주셨어요. 저는 그날 선약이 있었는데, 어쩔 수 없이 깨고 걔랑 마술을 보러 갔는데요.

제가 저녁을 사주려고 했는데, 항암 치료 때문에 하나도 못 먹는 상태였어요. ‘너는 굶더라도 미안하다. 나는 당 떨어지면 안되니까 나 혼자라도 먹을게’ 했는데요.(웃음)

그런 쇼를 하면 마술사들이 유명 인사, 연예인들한테 먼저 인사를 한대요. 내려갔는데, 연예인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너랑 내 차례는 마지막이겠거니 했는데요. 그런데 이은결 씨가 그 유명한 연예인들을 제치고, 김단우양과 저를 먼저 불러서 사진을 찍고 세레머니를 해주셨어요.

그래서 다시 보게 됐죠. 그 에피소드가 있으니까 다시 한번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게 그 친구와의 마지막 인터뷰였는데요. 그것도 굉장히 감동을 받았어요. 그게 잊지 못할 행운이었죠.제가 그런 친구와 직접적으로 만나서 앞에서 얘기를 듣는다는 건.

생각해보니 많네요. 감동적인 것이. 간 이식을 받는 엄마, 아이, 의사, 이런 죽음의 현장에서 서로 받았던 교감 이런 것들이 10년이 지난 후에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이런 과정을 보는 것도 상당히 행복했고요. 재밌었던 일, 행복했었던 일이 제법 있었네요.

 

 

△ 2019년 몽골 의료봉사 사진(사진_조동찬 기자 제공)

 

 

의학기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지 - 의학전문기자가 되고 싶어 하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그분들에게 해주실 말씀은 없으신가요? 어떤 준비를 해야 된다든지, 웬만하면 하지 말라든지.(웃음)
 

조 - 직업을 바꾸는 것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당신의 팔자가 바뀌는 일이니 함부로 생각하시지는 말고요.

다만 저처럼 피할 수 없는 분이라면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마주해도 걸어갈만한 한 판의 인생이긴 하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상당히 역동적이라는 겁니다.(웃음) 그러니까 역동적인 삶을 사는 것이나, 역마살 팔자를 즐기는 분이라면 아주 흥미진진하게 하실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지 -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조 - 담장 넘어가듯이 왔다 갔다 하고, 이게 뭔지 보도를 해야 되는. 나도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내 눈만 쳐다보는 상황이 많이 있죠.(웃음)

 
 

 

 

의사 파업 때 기자로서 힘들어

 

지 - 최근 기사에 달린 악플들, 예전에 비해서 기자가 훨씬 더 욕을 많이 먹는 직업이 됐잖아요. 억울한 면이 있는 것 같고, 기러기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인식이 나쁜 직업 중 하나가 됐습니다.

최근에 의사 파업 문제로 의사라는 직군이 예전에 이미지가 안 좋았다가 좋아지는 과정에서 또 이런 일이 벌어지면서 많은 국민들에게 안 좋은 이미지가 되기도 했는데요. 두 가지 정체성을 다 가지고 계시니까.

 

조 - 그동안 기자가 너무 위에 있었잖아요. 위에 있다가 내려가는 건데요. 내려갈 때는 어쩔 수 없이 더 많이 내려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사회 현상이 그런 것 같습니다. 주식도 원래 올라갈만한 가치보다 더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것처럼, 지금이 기자에 대한 그런 시기가 아닐까, 원래 조금 더 낮춰줘야 되는, 받아야 되는 욕보다 조금 더 과도하게 감정적인 어떤 욕받이 역할을 하는 그런 시기가 아닌가 싶고요.

그래서 그 시기도 권위적이고 정보를 독점함으로써 가졌던 그 시기에 그렇게 부당한 이득을 받았던 시기가 있었던 만큼 부당한 욕 바지가 되는 시기도 감당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이제 댓글이 만개 달린 것도 속상하긴 하지만, 오래가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의사 파업 문제는 정말 외로웠습니다. 기자로서 외로웠습니다. 저는 의사의 일부가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의사의 트레이닝은 그 사람이 평범하기만 하더라도 생명을 존중하는 쪽이 됩니다. 의사는 내가 수술한 사람, 내 손을 거친 사람이 정말 낫기를 바라요. 내가 여기를 꿰매잖아요. 이 상처가 정말 예쁘게 낫기를 바라는 것이 의사의 트레이닝이거든요.



저는 기본적으로 의사를 좋게 봐요. 좋게 보는데, 이 좋게 보는 사람들이 생명을 볼모로 나왔단 말이에요. 이것을 어떻게 판단할 것이냐는 건데요. 의사가 아닌 일반 기자들은 ‘저런 나쁜 놈, 생명을 볼모로 나오네’ 이렇게 생각을 하죠. 설

명할 수 없는 것들을 겪으면서 정말 외로웠어요. 의사 파업 기사를 취재하고 보도하는 일들은 많이 외로웠는데요.

그래도 저희 SBS는 정말로 많이 따뜻하게 봐주셔서 정말 중립적으로 썼거든요. 제가 설득했던 것이 의사의 파업이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되는 거라면 의사들이 어떤 말을 하는지 얘기를 들어줘야지, 사람들이 알 거잖아요. 이 사람들 나쁜 놈이라고 말을 하나도 안 들어주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거죠.

저희 시청자 위원한테 비판받은 것이 있는데요. ‘SBS는 의사 파업에 있어서 정부와 의사 사이에서 의사의 얘기를 중립적으로 다뤘다. 그래서 잘못된 것이다’고 모 언론정보학과 교수님이 얘기하셨는데요.

물론 제가 봤을 때는 그게 왜 잘못이냐, 저는 절대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아무튼 취재 과정은 외로웠지만, 그렇게라도 할 수 있어서 저는 다행이었고요. 그 과정에서는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직 레거시 미디어만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

 

지 - 레거시 미디어가 예전에 비해서는 힘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영향력이 크기도 하고요.
 

조 - 저는 그런 것 같아요. 예전에 제가 처음에 들어왔을 때 SBS 시청률은 8시 뉴스가 10%대를 넘었거든요. 지금은 7%대, 점점 떨어지는 거죠. 그리고 유튜브 조회수 이런 것들도 우리 회사의 조회수, 웬만한 유튜버들은 조금만 하면 몇십만, 백만씩 나오잖아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인데요.조회수나 시청률이 떨어진 것은 우리의 뭔가가 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고요.저희 뉴스를 보는 사람들은, 유튜브 같은 것은 흥미 위주로는 무엇인가를 볼 수 있어요. 아주 신속한 뉴스를 보고 싶어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SBS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이야기하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저희는 그런 부분에 강점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벌어진 현상에 대해서 우리는 이렇게 취재를 했고, 이렇게 판단을 한다.

시청자분들은 어떤 사안이 벌어졌을 때 수많은 뉴스들을 낮에 다 보잖아요. 트위터나 페이스북이나 아니면 다른 매체로 다 보니까요. 그런데 이런 사안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맥락을 갖고 있지, 이걸 어느 정도 믿어야 하지, 그리고 이것의 뒷이야기는 어떤 것들이 있지, 이런 부분들을 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그런 취재력, 분석력, 실력을 갖추고 있는 미디어라고 생각합니다.

1인 미디어가 도저히 할 수 없는 것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SBS가 일인 미디어의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취재력과 이것을 분석하고 하는 것들은 도저히, 저 조동찬 혼자 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다른데 가서 한다면 SBS 있을 때처럼 할 수는 없거든요. 그런 부분들은 조회수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서요.

 
 

지 - 파업이나 시위 현장을 가보시고 노동자들을 보시니까 그전에 기사로 본 느낌과는 다르다고 말씀을 하셨는데요. 아이티 지진 현장을 취재하고 나서도 많은 것을 느끼셨을 것 같은데요.

요즘 많은 기자들이 현장 취재보다는 심지어 페이스북을 보고 기사를 쓰지 않습니까? 점점 더 현장 취재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님은 현장 취재를 중시하시는데요. 그게 왜 중요한지 말씀해 주세요.
 

조 - 그것인 것 같아요. 꽃을 사진으로 보느냐에 직접 가서 보느냐의 차이겠죠.

 

 

지 - 정확한 표현이신 것 같은데요.(웃음)
 

조 - 사진을 보고도 기사를 쓸 수 있지만, 직접 가서 보면 다르겠죠. 더군다나 사람인데요. 사람을 사진으로만 보냐, 직접 가서 보냐의 차이는 있을 거고요. 사람을 진료하는 과정을 사진으로 보느냐, 직접 가서 보느냐는 완전히 다르죠.

저는 지금도 현장에 가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현장에서 사람들이, 현장은 어쨌든 카메라가 가면 다 의식하기는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요. 본인들이 절박함이 있어서 카메라가 사라져요.(웃음) 되게 재밌는데요. 처음에는 카메라 때문에 조심조심하지만.

제가 제일 선호하는 방식이 진료 현장에서는 따로 인터뷰를 하지 않고, ‘평상시대로 해주세요, 저희는 관찰자입니다, 카메라를 안 보셔도 되고요. 저희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저희는 가장 좋습니다’라고 하는데요. 처음에는 카메라를 의식하시다가 조금 지나면 평상시 모습이 나옵니다. 그런 것이 되게 재미있고, 그런 것을 전달하는 것이 되게 좋습니다.

 


 

 

 

공공병원에 대해서는 더 많은 고민 필요해

 

지 - 의사 파업도 있었고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의료 관련된 자원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것인가, 보건 의료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야 될 것인가 하는 논쟁인데요. 논쟁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조 - 공공의료에 대해서는 정말 생각해야 될 부분이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주는 교훈인데요. 코로나19 성적표하고 공공의료 병상을 따져보면요. 어떤 결론이 나오냐 하면 공공병상을 줄여야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OECD 국가 중에서 공공병상 비율이 높은 영국 등의 유럽 국가들, 코로나19에서 다 성적이 좋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꼴찌에서 두 번째입니다.

우리나라는 성적이 엄청나게 좋잖아요. 그러니까 근거를 확실히 해야 됩니다. 왜 공공병상을 늘려야 되는지. 지금 마땅한 근거를 안 대고 있어요. 그러면 뭐냐 하면, 우리나라는 공공병상이 이렇게 부족한데도 코로나19에 어떻게 잘 대응했느냐, 그게 답이거든요.



이건 제가 실제로 발표했던 내용인데요. 모 공공의료원에서 환자가 경증으로 입원했는데, 갑자기 위중증으로 변했습니다. 에크모 치료가 필요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공공의료원이 대부분 그렇지만, 평소에 서울대병원, 아산병원, 삼성병원, 다른 대학병원들처럼 중증 환자를 다룰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우리나라 모든 의료원의 특징입니다. 외국 의료원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니까 여기서는 에크모를 능숙하게 다룰 의료진이 없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됐냐, 이 환자를 인근 대학병원으로 빨리 후송을 시켰습니다. 대학병원에서 에크모를 해서 이 분이 예후가 좋아졌거든요.

그러니까 여기서 만약 공공병원, 평소에 아주 위중증 환자를 다루지 않는 공공기관을 많이 늘리는 것이 과연 정답인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기존에 있는 대학병원들, 민간병원을 공공기능 병원과 긴밀하게 협조를 해서 어떻게 시너지를 낼 것인가, 있는 자원을 어떻게 먼저 잘 활용을 시키느냐, 우리 보니까 중환자들이 사망이 줄었던 것이 이런 시스템이 잘 발휘가 됐단 말이에요. 그런 부분을 먼저 생각해야 되고요.



두 번째 제가 했던 것이 예전에 1970, 80년대는 병원이 없던 시절입니다. 그때는 병원이 있는 것 자체가 공공성입니다. 없을 때는. 지금은 웬만한 곳에는 다 병원이 있습니다. 있는 것만으로는 안돼요.

예를 들어 태백에 공공 분만 병원이 있었는데요. 거기는 일반 병원에 비해 병원비가 1/5입니다. 아예 병실료는 안 받고요. 자연분만을 하면 5만 원, 제왕절개를 하면 딱 30만 원만 냅니다. 다른 곳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나는데요.

그러면 태백 시민들이 대부분 거기서 출산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10%가 채 안 됩니다. 하나밖에 없는 공공 분만 병원인데요. 물어봤더니 멀더라도 규모가 더 큰 병원으로 가는 겁니다.

단순히 ‘나라에서 하는 공공병원이 있어요. 이리 오세요’ 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겁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해야 된다는 거죠. 공공병원도. 단순히 병상 숫자로만 가지고 얘기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거고요.


그래서 단순히 어떠한 숫자만 늘리는 개념으로 이 제도를 밀어붙여서는 안됩니다. 일단 있는 것들을 잘 활용해야 되고요.

예를 들어서 의사가 부족해서 기피과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산부인과 의사들, 비뇨기과 의사들, 다른 필수 진료과 의사들이 얼마나 많이 피부과, 성형외과로 진출하십니까? 일단 있는 필수 의사들부터 자기가 필수과에서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놔야 합니다. 그래도 모자란다, 그러면 더 뽑거나 해야죠.

그거 안 해놓고, 무조건 일단 숫자부터 늘린다, 제가 의학전문기자로 단언컨대요. 공공병원을 늘려야 되고, 의대 정원 늘려야 된다는 것을 합리적으로 제가 고개를 끄덕이게 할 만큼 근거를 대신 분이 한 분도 안 계십니다. 한 번도 못 봤습니다.

제가 SBS 의학기자로서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데요. 어떠한 것도 에비던스가 없습니다 그게 있으면 저도 그렇게 하겠어요. 본인의 정치적 논리로 억지를 부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지 - 의학전문기자로서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으신가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든지.
 

조 - 예를 들면 제가 후배들한테 자주 하는 말인데요. 조동찬은 평균 이하의 인간이다, 그런데 조동찬이 쓰는 기사는 평균 이상이다, 이 정도 차이를 SBS가 만들어줘서 저는 되게 감사하다, 인간 조동찬은 평균 이하의 삶을 살았지만, 각각의 기사들은 오류가 있고, 불만이 있게 느껴지는 것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조동찬의 기사는 SBS와 더불어 평균 이상을 했다, 그런 기자로 남고 싶고요. 앞으로는 제가 기사화하면서 내가 행복할 수 있고, 그 기사를 보는 시청자들도 행복할 수 있는 기사, 그런 기사를 좀 쓰고 싶습니다

 

 

지 - 기사 쓰시고 이런 것 외에 개인적인 계획이나 취미 같은 것은 없으신가요?
 

조 - 제 가족 취미가 스키를 타는 것, 여행을 가는 것, 캠핑을 가는 것 등인데요. 하나 더 덧붙이고 싶은 것은 가족끼리 골프를 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이 들어서. 그러려면 아직은 준비가 안된 상태이긴 하지만요. 그리고 저도 제 친구들처럼 좋은 차를 타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이번 생에 안 이루어져도 상관없습니다.(웃음) 

 

 

지 - KBS 이충헌 기자님을 보고 의학전문기자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결심을 하셨다고 하셨는데요. 그분이 롤 모델이었던 것 같은데요.
 

조 - 네. 그렇습니다. 정신과 전문의인데, TV에 기자로 나오니까 재밌겠다, 나도 해봤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죠. 

 

 

지 - 여기가 비온뒤 채널이니까요. 최초의 의학전문기자인 홍혜걸 박사님이 가장 유명한 의학전문기자잖아요. 그분의 명과 암이 있을 것 같은데요.(웃음)
 

조 - 민감한 사안인데요.(웃음) 예를 들면 명은 홍혜걸 선배를 모르는 국민은 없잖아요. 전 국민이 아는 의학전문기자시구요. 그런데 본인이 느끼시기에는 아마 황우석 사태 때 조금, 저는 그 부분을 취재하지 못해서 알지는 못합니다. 그런 부분들이 본인 스스로 어두운 부분이라고 느끼시지 않으실까 그런 추정은 해보는데요. 

 

 

지 - 다시 태어나면 가수가 되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시나요?
 

조 - 가수들은 노래만 한 소절해도 수십만 명이 행복해하잖아요. 저 사람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이런 생각을 하는데요.


제가 의대생들 강의를 갈 때 그래요. 나도 이번 생을 잘 마무리해서 다음 생에 태어난다면 여러분들처럼 온전히 의사를 하고 싶다, 의사는 되게 좋은 직업인 것 같습니다. 직업적 소명을 충실히 하는 것이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고, 그것이 인류에 이바지하는 거니까요.


그런데 그게 조금만 잘못되어서 목적이 돈이 되면 완전히 나쁜 놈이 되는 거긴 하지만요. 목적인 돈이 되지 않고, 물론 돈은 두 번째 세 번째 목적일 수는 있겠죠. 첫 번째는 어쨌든 생명이라는 우선순위를 1번으로만 두면 의사는 굉장히 좋은 직업인 것 같아요.

두 번째는 다음 생에는 생명을 우선으로 하는 의사를 끝까지 한 다음에, 그다음 생에는 가수를 시켜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웃음) 부르고 싶은 대로 노래만 부르면 사람들이 행복해하고, 가수님들이 돈도 잘 벌고, 좋은 차 타고 다니시잖아요.(웃음)

 

 

지 - 어떤 노래들을 주로 들으시나요? 
 

조 - 최근에는 뷔의 ‘네시’ 요즘 많이 듣고요. 김동률의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지 - 바쁘신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고요.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데, 못하신 말씀은 있으신가요?
 

조 - 아니에요. 없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감사드리고요.

사실 제가 요즘에 조금 침체되어 있는 분위기였거든요. 그래서 사실 굉장히 많이 걱정을 했습니다. 인터뷰를 어떻게 하나, 하고. 혹시나 그런 것들이 드러나고, 지금 제 모습의 인터뷰를 보시고 그런 부분들이 전달이 안되었으면 좋겠는데요. 그게 노력으로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버트런트 러셀의 <행복의 정복>을 보면, 제목이 되게 안 좋았어요. 행복에다가 어떻게 정복이라는 단어를 쓰지, 하고요.

그런데 그분의 책을 읽고 이해를 했습니다.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 뭔가를 준비하고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내용인데요.

우리가 다른 어떤 노력도 중요하지만, 내가 행복하기 위한 노력, 그다음에 내가 좀 덜 슬프기 위한 노력, 덜 우울하기 위한 노력, 이런 것들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되게 중요한 것 같아서요. 저는 일단, 다른 분들에게 조언하거나 그럴 처지가 아니라, 앞으로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면서 살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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