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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공포의 왕,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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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명이 읽었어요

2022.02.23 07:19:51

본 컨텐츠는 의학채널 비온뒤의 컨텐츠를 편집한 것으로,
특정 제품의 효능·효과에 대한 정보가 아닙니다.

 

"불안과 공포의 왕,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을 만나다" 

   대가에게묻는다    5분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현재 이대목동병원 임상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남궁인(비온뒤 객원 편집장)을 2월 3일 비온뒤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남궁인은 약자와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의사다. 그는 “응급실은 병원 안에 있지만, 바깥 세상의 한복판에 있기도 합니다. 바깥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면, 응급실에서도 고스란히 그 일과 관련된 소동이 벌어집니다. 그래서인지 병원에서 근무하기도 하지만, 사회 한복판에서 일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라고 했다. 그가 바쁜 와중에도 현장에 대한 글을 계속 쓰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I 최근 응급실에서 겪은 일

 

지 - 최근에 응급실에서 어떤 일들을 겪으셨나요? 

남궁 - 최근에 응급실에서 겪은 인상 깊었던 일은요. 그저께 당직은 별일이 없었고요. 그냥 저희들이 흔하게 볼 수 있는 케이스들인 것 같은데요.

좀 젊은 분이셨어요. 저랑 비슷한 연배였는데, 자해를 하신 거예요. 칼을 들고 옥상 같은데 올라가서 목 한가운데를 찔렀어요. 대단히 드문 케이스였거든요.

목 한가운데를 찌르는 것은. 말씀은 하셨는데, 뭔가 바람 새는 소리가 난다고 하시는거예요. 우리 몸에, 말하자면 숨쉬는 구멍(기관)이 생각보다 바로 앞에 있어요. 그래서 금방 뚫거든요. 이것을 확 뚫으신건데요. 저희는 기관을 뚫었구나, 그래서 이것에 포커싱을 해서 준비를 했는데요.

검사 결과를 보니까 기흉이 발견된거예요. 가슴 쪽이 터진건데요. 논리적으로 어떻게 기흉이 생길 수 있지, 하고 우리끼리 토론을 하다가 다시 가서 상처를 열어봤는데요. 목에다가 칼을 넣고, 칼이 미끄러져서 폐 안쪽까지 넣어버린거예요. 그런 손상 자체가, 사람이 자기 목에 칼을 깊이 넣을 수 있다는 것이 저희로서도 익숙치 않은 거였어요.

금방 찾긴 했지만, 폐손상까지 발견해서 폐까지 같이 수술이 들어간 케이스가 있었거든요. 나름대로 특이한 일이었죠. 어떻게 그렇게 찌를 수 있나, 이런 것들이.

 

I 코로나시대의 응급실, 무한히 패배하는 싸움


 


지 - 원래 응급실 자체가 전쟁터 같고, 지옥 같은 면이 있을 것 같은데요.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더 힘들 것 같습니다. 쓰신 글을 보니까 20점 정도 준비가 되어 있는데, 100점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의료진이 그 상황에 갈아넣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셨는데요. 
 

남궁 - 그런 것이 한두개가 아닌데요. 응급실에서 코로나 환자의 진료가 어려운 점은 누가 코로나 환자인지 모른다는 겁니다. ‘나는 코로나 의심이 됩니다’ 라고 해서 오면 저희가 검사를 하고, ‘댁에 가서 결과가 나올때까지 자가 격리를 하고 기다리십시오’ 라고 하는데요.

저희는 일반 환자들이 다 오는데, 자기가 코로나 의심된다고 하는 사람이 없고, 그냥 숨이 차요, 가래가 있어요, 내지는 그냥 어지러운데, 코로나인 경우도 있고, 배가 아픈데 코로나인 경우도 있고 그래서요.

어떤 환자가 코로나 환자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하루에 백명에서 150명 정도 오는데, 이들 중에 코로나 환자를 가려내야 되는거죠. 그런데 가려내는 것 조차도 그냥 모든 환자를 다 음압실에 넣고, 모든 환자를 코로나에 준해서 진료를 할 수 없으니까 일정한 프로토콜을 만들어야 되는데요.

코로나 증상이 너무 다양하다보니까 어떤 환자가 코로나인지 몰라서 쉽게 말하면 갈아넣어지는 일을 할 수 밖에 없는거죠. 그냥 아무리 봐도 단순 감기고, 아무리 봐도 코로나랑 상관없는 발열인데도 불구하고 저희는 방역복을 입고 들어가서 방비를 해야 되는거죠.

그러면 정말 그야말로 만에 하나가 나오는 겁니다. 이 만에 하나 때문에 9999를 다 방역 조치를 해야 되는건데요.



끝없는 싸움이고, 결국은 이걸 하다가 패배를 합니다. 보호자가 들어올때도 있고, 프로토콜상 도저히 잡아내지 못하는데, 이런 것까지 잡으면 만에 하나가 아니라 10만에 하나가 되는건데요. 이렇게는 못하는거죠.

결국 무한히 패배하는 싸움입니다. 누가 코로나 환자인지 모르니까 대비를 해야 된다는 것, 패배한다는 것이 가장 어렵구요. 각 병원마다 프로토콜을 다 지키다보니까 코로나가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면 무조건 코로나 환자에 준해서 보는데요.

코로나 환자에 준해서 진료한다는 자체가 최신 시설인 음압실에 넣고 모든 장비를 갖추고 진료를 한다는 뜻입니다. 이들 중에 대부분 코로나 환자가 아닙니다.

음압실이 저희 병원에 여덟 개인가 있는데요. 이 공간이 다 차면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어도 받을 수가 없습니다. 모든 병원이 다 그렇구요. 코로나 의심 환자 여덟명은 정말 금방차요. 순식간에. 다 비워놔도 한 시간에 차는 경우도 있습니다.

갈데가 없다, 우리는 못 받는다고 하면 저희 병원에는 못 오는건데요. 모든 대학병원들이 코로나 의심 환자로 다 차있다 보니까 결국은 환자를 받아줄때까지 계속 돌아야 되는거죠. 이러면 환자 분들에게 대단히 큰 피해도 있고, 실제로도 이런 것 때문에 위험합니다.


I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 피해자에 관련된 글, 

  진짜로 잔인한 것은 글이 아니라 현실

 

지 - 현장이 생생하게 느껴져서 읽을때 굉장히 힘든 부분이 있는데요. 요조 작가님 추천사에도 나왔듯이 읽고 나면 잠깐 누워 있어야 되고, 같이 앓는 느낌이 들때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꼭 이렇게까지 생생하게 묘사했어야 되냐는 말도 있었구요.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의 피해자에 대해 쓴 글도 논란이 됐었는데요. 비밀보호의무 위반이라는 말도 있었고, 유족에게 피해를 준다는 비판도 있었잖아요. 분노해서 쓰셨을텐데, 얘기는 다른 쪽으로 흘러서 논란이 됐던 것 같은데요. 
 

남궁 - 그렇죠. 사실은 아무리 글을 써도 글은 그냥 텍스트에 불과하고, 진짜로 잔인한 것은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직접 당하거나 직접 고통을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모델이 된다든지 실제 그런 고통을 누군가가 겪고 있는 것이구요.

그것에는 어떤 텍스트도 비할 바가 못됩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것들을, 그 감정들 있잖아요. 인간으로서 겪지 않아야 되는 고통들도 세상에 대단히 많고, 그 다음에 인간으로서 존엄을 해치는 끔찍한 일들도 많구요.

이런 것들을 결국은 누군가는 알아줘야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런 고통들을 많이 겪고, 어떤 것이 문제인지 생각하고 분노하다보니까 이런 것들을 좀 더 생생히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묘사를 해왔구요. 그래서 보시는 분들이 그렇게 많이 느끼셨던 것 같습니다. 

 

I 아동학대 사건은 너무 끔찍해서 글로 표현할 수 조차 없어

 

지 - 소위 괴물위탁모 사건도 그랬구요. 그 사건만 하더라도 선생님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으면 모르고 지나갔을 수도 있는 사건인데요. 
 

남궁 - 그거야말로 진짜 모르고 지나갔을 수 있습니다.

지 - 정인이 사건만 해도 그 전에 소아과 의사가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는데도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로 넘어갔던 상황인데요. 그런 것들을 보시면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끼셨을 것 같은데요. 
 

남궁 - 양부모가 반발해서 다시 가정으로 돌아갔고, 결국 한달 뒤에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오게 되었죠. 특히 아동학대 같은 경우는 너무 끔찍해서요. 사실은 글로 처참한 상태라든지 하는 것을 표현할 수 조차 없습니다. 작은 아이에게 가해진 인간 이하의 범죄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은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더라구요.

 

I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이끄는 진단명은 극도의 빈곤

 

지 -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이끄는 진단명은 극도의 빈곤’이라는 강의를 들었다고 말씀을 하셨잖아요. 그게 선생님의 철학으로 형성된 것 같은데요. 강의를 들으신 분들이 많을텐데, 그렇다고 해서 선생님처럼 행동하시는 분들은 많아 보이지는 않거든요. 물론 표현을 안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요.(웃음)
 

남궁 - 저도 그렇게 행동하는지는 모르겠는데요. 실제로 고려대학교 은사 교수님이 강의때 정말 그런 말씀을 하시는거예요. 저는 그때 꾸벅꾸벅 졸다가 너무 놀라서 깼어요. ‘아 저렇게 심장, 간 이런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것도 강의실에서 내가 들을 수 있고, 가르칠 수가 있구나’ 하는 신선함까지 느꼈던 것 같습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진단명이 빈곤이다, 이런 것들을 정말 고려하고, 참된 의사가 되라는 방식으로 그 은사님이 계속 매년 그 표현을 해주고 계셨던 겁니다. 저희 학교를 졸업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I 응급실 폭력, 직접적인 위해는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지 - 대중교통이나 이런데서 기사님들에게 폭행을 하거나 이런 것들이 해서는 안되는 일이거나 공동체를 위험하게 하는거라는 인식이 생겼는데요. “병원 내 난동은 약자인 환자와 보호자가 강자인 의료진에게 자신의 뜻을 표현하는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폭력으로 인지되고 있다”는 글도 쓰신 적이 있으시구요. 2016년 5월 의료인 폭행가중처벌법이 생겼지만, 실효성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요.


 

남궁 - 확실히 코로나 때문에 보호자 분들이 마음대로 들어올 수 없어서요.(웃음) 직접적인 위해는 조금 덜해졌는데요. 대부분 술 먹고 일으키는 주취 사고인데요. 밤 9시 영업제한도 걸려있고, 야외 할동을 하다보면 술도 많이 먹게 되고 그런데요. 분위기가 확 바뀌어가지고요. 작년 한해는 상당히 적었어요.(웃음)

그럼에도 이 시국에 술을 많이 드시고, 의료진에게 위협을 가한다든지 마스크를 벗고 돌아다니신다든지 도저히 어떤 대화가 불가능한 수준의 분들이 계세요. 저희도 친구들이랑 술을 마시면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대취하면 대화가 불가능하잖아요.

그래서 그 사람까지 미워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취해서 도저히 말이 안통하는 그것들에 노출이 되어 있습니다. 그것들 또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I 응급의학과를 지망하는 사람들에게

 

지 - 응급의학과를 전공하고 싶어하는 의사 분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은 있으신가요?
 

남궁 - 확실히 응급의학과는 같은 얘기를 계속 하지 않습니다.(웃음) 이비인후과다 그러면 감기 환자를 쭉 보면 감기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정해져 있구요. 그게 거의 똑같은 말들인데요. 응급의학과는 유난히 다양한 이야기를 ‘무엇이든 해결해드리겠습니다’ 하는 수준의 하는거죠.

오늘 감기 환자 다섯 명, 복통 환자 다섯 명, 돌아가신 분, 뇌졸중 이런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설명을 하다보니까 내가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사람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이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게다가 범위가 대단히 넓어서 이 넓은 범위를 커버하다보니까 의학에 있어서 흥미가 있다면 많은 분야를 공부하고, 사람 자체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여길 수 있는 분야라고도 생각해요.

게다가 바깥에서 사건 사고가 나면 응급실로 곧장 오시게 되니까, 뭔가 사회적인 이슈라든지 문제라든지 어떤 것들이 잘못인가, 이 사회에 나쁜 단면 이런 것들을 보고자 한다면, 이런 것들에 관심이 있다면 상당히 전방에서 맞서 싸울 수 있는 상황인거죠.

코로나 하면 당장 응급실부터 코로나 방역복을 입어야 되고, 살인 사건이다 하면 당장 응급의학과 의사부터 싸워야 되고, 화재 현장이라고 하면 불탄 사람들을 봐야 하구요. 이런 뭔가 사명감 있는 분들의 좋은 전쟁터입니다. 그래서 상당히 매력적인 잍터라고 생각을 합니다. 

 

I 불안과 공포의 왕

 

지 - 이슬아 작가님하고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마지막에 ‘불안과 공포의 왕’이라고 스스로 명명하셨는데요. 어떤 것이 제일 불안하고 공포스러우신가요?
 

남궁 - 사실은 기본적으로 예민한데다가요. 그 편지 최신호가 오늘 3시인가에 온라인에 발표되거든요. 되게 공들인 원고여서요. 그것도 기사 쓰실 때 참고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예민한데다가 어떠한 두려운 것이 있으면 그것을 끝도 없이 불안해하는 성격이 있어서요. 세상에 두려운 것과 불안한 것이 얼마나 많겠어요. 개인적인 것도 있을거구요. 끊임없이 절박한 현장에서 일을 하니까 그런 것들도 불안하자면 얼마든지 불안할 수 있는거구요.

종합적으로 저를 표현한 말입니다. 불안과 공포의 왕이라고. 이슬아 작가와 대조되는 말이었습니다.(웃음)

 

I 의사는 약자 편에서 이야기해주는 사람

 

지 - 의사로서의 목표는 어떤 것이 있으신가요? 
 

남궁 - 의사로서의 목표는 좋은 의사, 뭔가 사회적인 문제가 있으면 방관하지 않고 나서서 약자들의 편에서 이야기할 수 밖에 없거든요. 어차피 의사는. 약자 편에서 이야기해주는 그런 의사로서 남고 싶습니다.
 

 

지 - 평소에도 ‘좋은 의사란 어떤 것인가’ 하는 고민을 많이 하시는 것 같은데요. 좋은 의사는 어떻게 정의하고 싶으세요?
 

남궁 - 글쎄요. 저는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 행위라고 많이들 얘기해왔거든요. 사랑하는 것. 제가 글을 쓰고 소재를 찾고 이런 것에 있어서 사람을 사랑하니까 빈곤에 대해서도 사람들을 가장 많이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은 빈곤이라는 식으로 뭔가 인식의 개선을 촉구할 수도 있구요.

그 다음에 헌혈하자고 독려할 수도 있구요. 아동 학대에 대해서 끔찍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구요. 열사병으로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제발 사람 좀 지키자, 이런 것들도 이야기를 할 수 있겠죠.

궁극적으로 제 눈 앞에 있는 환자를 보는 것은 당연히 환자를 사랑하는 일이죠. 그것도 있지만, 좀 넓게 어떻게 만인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일 것이냐, 생각하는 것이 좋은 의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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