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컨텐츠는 의학채널 비온뒤의 컨텐츠를 편집한 것으로,
특정 제품의 효능·효과에 대한 정보가 아닙니다.
"전자담배 덜 해롭다"

전 지구적으로 전자담배의 위해성과 유용성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초창기에는 국제금연학회 등에서 작은 방에서 관심있는 소수의 학자들의 토론 수준으로 다루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주제 강연이나 이슈토론의 단골 메뉴로 대규모 컨벤션 홀에서 진행된다. 그만큼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은 ‘뜨거운’(Hot) 진행형의 주제인 것이다. 이미 ‘건강에 덜 해롭다는 근거 없음’으로 결론이 난 소위 ‘순한 담배’의 경우처럼 ‘트로이 목마’에 불과할 것이라는 유해론과 연초담배의 독성에 비해 1/1,000 수준이며 니코틴 대체재의 일종으로 분류하여 흡연자에게 금연 도구로 권장해야 한다는 옹호론이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다.
2015년에 영국 보건국은 “전자담배는 전통적 연초담배에 비해서 95% 가량 더 안전하다”고 평가하였다. 이후 영국 왕립 의사회는 전자담배를 기존의 니코틴 패치나 껌 같은 보조제처럼 금연의 보조도구로 사용하는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금연진료 의사들에게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를 포함한 관련 공중보건단체들과 McKee 같은 학자들은 전자담배 이용을 강하게 반대하면서, “전자담배는 그 기초를 바위 혹은 모래 위에 두었는가?”고 질문하였고, 지금까지의 전자담배에 대한 근거들을 고찰해볼 때, 전자담배를 장기적으로 이용하여 발생할 결과들이 모두 긍정적인 것들이라 볼 수는 없다고 비평하였다.
이러한 논쟁을 지켜보면 마치 정치적으로 보수와 진보가 서로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주장만 내어 놓는 것과 비슷하다.
지난 6월 7일, 식약처가 아이코스, 릴, 글로 등 소위 ‘가열 담배’제품의 유해성분 실험 결과를 발표하였다. 발표 내용을 요약하면, 가열 담배도 연초담배 수준의 니코틴이 검출되었으므로 중독을 일으키며, 타르 함유량이 일반 담배보다 높게 검출되어 일반 담배보다 더 해로울 수 있고, 벤조피렌, 벤젠 등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주 필자의 제자 남편이 그동안 금연에 여러 차례 실패하고 아이코스로 바꾸어 피우고 있었는데, 식약처 발표를 보고 다시 연초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차’ 싶어 확인해보니, 식약처 발표 기사 아래에는 ”그동안 속았다. 다시 담배로 바꿔야겠다”는 댓글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게임중독에 빠진 자녀 공부 좀 시키려고 못하게 하였더니 가출해버린 격이라고 할까?
국내의 경우 학계와 언론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전자담배에 대해서는 유해론 일색이다. 한국에서 전자담배 옹호론을 주장하는 것은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어온 금연 동지들로부터 ‘왕따’ 취급당할 위험성을 감내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이러한 ‘지식과 정보의 불균형’을 바로잡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노파심에서 미리 천명하지만, 필자는 지난 20여 년간 진료실에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흡연자들의 금연을 도와왔고, 담배의 해악과 치열하게 싸워 ‘금연전도사’로 불리고 있다. 당연히 담배 회사는 물론이고 전자담배나 기타 관련 산업체로부터 어떤 경제적 이해관계(conflict of interest)나 향응 등을 받은 적이 없다. 오직 순수한 학자적 관심에 따라 ‘해로움 줄이기’(harm reduction)라는 관점을 소개하고 담배와의 전쟁을 니코틴과의 전쟁으로 혼돈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기울어진 시계추’를 바로잡아 보고자 한다.
1. 니코틴과 암이 관련이 없다고요?
담배가 암, 호흡기, 심장 및 뇌혈관 질환 등 만병의 원인인 것은 모두 다 압니다. 놀랍게도 많은 흡연자들이 니코틴이 이런 병의 주범이라고 알고 있지요.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니코틴은 흡연자를 강제로 기분 좋게 해주는 중독성 물질이며 태아의 건강에 해롭고, 혈압과 맥박을 올리는 등 일부 혈관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있으나 발암물질이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담배라고 부르는 것은 연초담배(cigarette)를 뜻하지만, 그 외에도 시가, 코담배, 파이프 담배, 물 담배 등 소위 식물의 일종인 Tobacco를 주 재료로 하는 다양한 담배제품이 존재합니다.
니코틴은 담뱃잎의 여러 성분 중 하나일 뿐이며, 담뱃잎을 태울 때 발생하는 연기 속에 타르와 일산화탄소로 대표되는 유해물질이 나오는 것이지요. 이중 타르에는 암의 원인인 60여 종의 화학물질과 중금속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2. 전자담배도 담배 아닌가요?
“흡연자는 니코틴 때문에 담배를 피우는 것이지, 타르로 인해 죽고 싶어 피우는 것이 아니다.” 담배 위해 감소 전략의 선구자인 Michael Russell의 말입니다.
전자담배는 이런 점에 착안하여 니코틴을 주원료로 한 액상을 배터리와 분무기가 포함된 전자제품에 장착하여 증기를 흡입하도록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물론 100% 니코틴은 아니고 각종 향료나 프로필렌글리콜 등 용매가 포함되어 있지만, 흔히들 잘못 알고 있듯이 담뱃잎의 농축액 같은 것은 전혀 아닙니다.

3. 전자담배도 연기가 나오던데요?
전자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면 하얀 연기 같은 것이 보이지요. 그런데 이것은 연초담배 잎을 태울 때 발생하는 연기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담배연기가 주로 분진(먼지)과 증기가 혼합된 것인 반면, 전자담배 흡입시 발생하는 것은 일종의 증기입니다. 단 증기 안에 니코틴과 몇 가지 화학물질, 전기코일에서 발생하는 소량의 금속성분들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오염된 증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차이 때문에 외국에서는 기존 연초담배 사용자를 ‘smoker’로, 전자담배 사용자는 ‘vaper’로 구별해서 부르고 있습니다.
4. 전자담배가 더 해롭다는 기사들은 뭔가요?
전자담배 액상의 문제는 중국을 비롯한 너무 다양한 회사들로부터 만들어지므로 표준화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일본에서 다양한 전자담배 액상으로부터 분무되는 증기속의 독성물질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여러 제품 중 특정 제품에서 포름알데히드가 연초담배보다도 더 많이 검출되었습니다. 물론 발암물질 덩어리인 타르도 없고 60여 종에 달하는 연초담배 안의 화학성분들은 거의 1/100 ~ 1/1,000 수준으로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이나 기사의 제목은 “전자담배 속 발암물질 일반 담배의 10배 수준” 이렇게 나오는 것이 국내의 현주소입니다. 전체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부러 그러는 것일까요?
5. 그럼, 이렇게 전자담배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오랫동안 금연운동을 해 온 저는 우리 사회의 전자담배에 대한 우려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이쯤에서 전자담배에 대한 염려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 전자담배도 니코틴 중독을 일으키므로 해로운 제품이고 특히 청소년들이 사용할 경우 결국 연초담배로 가는 징검다리(gateway)가 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 전자담배가 유행할 경우 금연을 하려던 흡연자들이 전자담배로 갈아타게 되어 결국 니코틴 중독이 줄어들지 않을 뿐 아니라, 이들 중 일부는 전자담배와 연초담배 모두를 피우는 이중 흡연자(Dual user)가 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 전자담배 회사들이 마치 금연에 도움이 되는 제품처럼 선전하지만, 아직 전자담배가 금연에 효과적이라는 근거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전자담배 배터리가 폭발하여 화상을 입을 수도 있고, 니코틴액을 어린이 등이 흡입하면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6.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데, 샘은 왜 전자담배를 옹호하시나요?
저는 진료실에서 매일 최소 하루 5-10명의 흡연자를 진료하는 임상의사입니다. 먹는 금연 약도 있고 니코틴 패치도 있고... 다양한 금연에 도움이 되는 처방들로 흡연자들의 금연을 돕고 있습니다. 깨알 자랑을 하자면 제가 운영하는 금연클리닉은 2015년 이후 3년 연속 전국 최다 건수와 지속율(성공률의 간접지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 끊는 분들이 분명 있고, 사실 많습니다. 담배만 피우면 기침과 호흡곤란, 피로를 호소하는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가 수차례의 금연 시도에도 불구하고 재흡연 하고,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자책하는 경우 등 안타까운 사연들이 적지 않습니다.
저는 이런 분에게 주저 없이 전자담배를 권합니다. 물론 ‘완전 금연’이 가장 좋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하지만, 전자담배는 분진이 없어 기침, 가래 등을 유발하는 기관지 자극이 훨씬 적어요. 더 좋은 것은 일단 전자담배로 갈아탔다가 서서히 사용빈도를 줄여가며 완전 금연에 이르는 경우일 것이겠지요. 이런 방식의 접근을 학계에서는 ‘해로움 줄이기 전략’(Harm reduction strategy)이라고 합니다.
7. ‘해로움 줄이기’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주세요.
사실 해로움 줄이기는 오래된 개념입니다. 외국의 경우 마약중독자 관리의 일환으로 정부가 주도하여 병의원을 통해 일정량의 마약(메싸돈)을 중독자들에게 나눠주고 있습니다. 치료가 어려운 중증의 중독자들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범죄조직에 이용당하는 사회적 해악보다는, ‘덜 해로운’ 방안을 채택한 것이지요.
담배에 있어서 해로움 줄이기는 전자담배의 도입과 함께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끊든지 아니면 계속 피우든지 양자택일의 구도였다면, 이제는 ‘도저히 못 끊겠으면 덜 해로운 제품을 사용하세요’라는 제3의 길을 제시하자는 것입니다.
이 정책을 반대하는 분들은 과거 소위 ‘순한 담배’에 관한 불쾌한 기억이 있습니다. 니코틴과 타르 함량이 적다며, “마일드, 라이트, 순” 등의 이름을 붙이고 출시되었던 담배들은 해로움 줄이기의 원조 격인 셈이지요.
그런데,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나서 보니 흡연자는 니코틴 함량이 적을 경우 이를 보상하기 위해 연기를 더 깊이 흡입하거나 오래 머금는 경향 등으로 인해 결국 질병 발생을 줄이지 못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러므로 전자담배도 당장 인체 유입되는 독성물질의 양은 적을지 몰라도,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건강영향을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전자담배를 옹호하는 입장의 전문가들은 전자담배는 타르 등 발암물질이 거의 없고 사용 만족도(중독성)을 좌우하는 니코틴이 주성분이라는 점에서 순한 담배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8. 전자담배의 장점과 가능성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요.
저도 담배든 니코틴이든 중독 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에 일백 프로 동의합니다. 수년 전 담배 제조 금지 법안을 준비한 박재갑 교수님의 노력에도 당연히 지지를 보낸 바 있어요.
하지만 이 땅에 담배가 사라지는 것은 아직 요원하며,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는 니코틴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자담배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더 해로운 연초담배의 독과점을 강화하는 것 아닐까요?
전자담배의 폭발 위험이나 니코틴 액상의 제조 표준화가 없다는 지적은 정부가 나서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지금은 오히려 조잡한 제품들이 너무 많아 전자담배로 갈아타려다가, 만족스럽지 못하여 도로 연초 담배를 피우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연초담배보다 훨씬 (니코틴 전달 면에서) 만족스럽고 안전한 제품이 출시된다면, 연초담배 제조 및 판매 금지라는 꿈같은 현실이 더 빨리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요?
과격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생각은 필자 개인뿐 아니라 미 FDA(FDA center for Tobacco Products)의 새로운 담배 규제 정책에도 포함된 내용입니다. 즉, 기존의 담배와의 전쟁을 지속해 나가는 것과 동시에 해로움을 줄이기 위해 흡연으로부터 니코틴을 분리하는 정책, 즉 니코틴 대체재(패치, 껌, 전자담배 포함)의 장기 사용을 통해 연초담배 흡연율을 감소시키려는 전략입니다.
9. 전자담배의 장점과 위험성을 따질 때 무엇이 더 중요할까요?
이 물음에 대한 견해에 따라서 전자담배를 반대하는 측과 옹호하는 측의 입장이 갈라집니다. 이쯤에서 다시 정리를 하면, 전자담배의 위험성은
1) 비흡연자, 특히 청소년들이 담배를 배우는 징검다리가 될 위험성
2) 연초담배 이외의 니코틴 중독을 허용하게 되면 흡연이 비정상적이라고 주장하며 싸워온 금연운동 진영의 노력에 반하게(재정상화, denormalization) 될 것이라는 점
3) 전자담배도 연초담배보다 작지만 독성물질이 배출되므로 이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가 있다는 점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유용성은
1) 전자담배로 바꿀 경우의 건강 이익이 연초담배를 계속 피우는 것에 비해 월등할 것이라는 예측과
2) 전자담배가 완전 금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
3) 전자담배가 간접흡연 피해가 적을 것이라는 점 정도일 겁니다.
이 두 가지의 편익이 과연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될지, 아니면 해악이 될지가 관건이지요. 아직까지 ‘정답’은 아무도 모릅니다. 아마도 전체 사회의 건강을 더 중시하는 보건학자라면 더 신중하게 위험에 대해 고민하실 겁니다. 그러나 필자와 같이 매일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의사의 입장에서는 당장 금연을 못 할 분이라면, 일단 전자담배로 바꾸라고 적극 권하고 싶습니다.
현재 적지 않은 관련 연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찬성론자도 반대론자도 각자 입맛에 맞는 연구들만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진보와 보수가 서로 좋아하는 기사들만 편식하는 것과 비슷하게, 본인의 입장을 지지하는 연구결과에만 귀를 열고 나머지 한쪽 귀는 막고 있는 양상입니다.
자 이제 저의 해석으로 반대론자들이 제기하는 위험성을 한 번 더 표현해 보겠습니다.
“개인 흡연자가 전자담배로 바꾸면 독성물질에 덜 노출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아직 장기 결과는 모르는 거 아냐? 더구나 청소년들이 이를 통해 더 많은 흡연자가 될지도 모르고. 그러니 개인에게는 득이 될지언정 사회 전체를 생각하면 반대해야지.”
= “현재는 좀 덜 해롭지만 앞으로 모르는 거니까 그냥 더 해로운 거 피워. 그리고 당신에게는 득이 될 수 있으나 사회 전체에 해로울 수 있으니 전자담배는 안돼”
저에게는 그분들의 주장이 이렇게 들리는 겁니다. 저로서는 도무지 동의가 되지 않는 주장입니다. 설령 오랜 시간 후에 반대 진영의 주장이 맞다고 결론이 나더라도, ‘개인 흡연자가 일반 담배를 계속 피우는 것보다 더 해롭진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이고요.
10. 아이코스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는 또 뭔가요?
지난해 국내 출시된 아이코스는 궐련형 전자담배로 불리며 담배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어 글로, 릴 같은 제품들이 줄을 잇고 있지요. 이들은 참 정체가 모호한 놈들입니다. 일단 전자기기를 사용하니 전자담배라 부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논의한 니코틴 용액을 사용하는 전자담배가 아니라 담뱃잎(Tobacco)을 사용하므로 그냥 담배지요.
일반 담배가 불을 붙여 담뱃잎을 태워 연기를 마시는 것이라면 아이코스 등은 전자기기에 꽂아 니코틴이 발생할 정도로 가열만 해서 흡입하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외국에서는 HNB(Heat not Burn) 혹은 HTP(Heated Tobacco Product)라고 하고 국내에서는 ‘찌는 담배’ 혹은 ‘가열 담배’로 부르고 있습니다. 일반 담배는 800도 이상의 고열이 발생하는 반면, 이놈들은 300도 정도에서 작동하므로 연소로 인한 독성물질의 발생이 적다는 것이 제조회사의 주장입니다.
2018년 초에 미 FDA 전문위원회가 아이코스에 대한 의견을 내어 놓았는데요. 아이코스 제조회사인 필립 모리스가 제기한 세 가지 주제를 놓고 전문위원들이 투표를 했습니다. 그 결과 아이코스가 담배 관련 질환의 위험성을 줄인다는 주장은 8 대 0으로 기각(1명은 기권), 아이코스가 일반 담배보다 덜 위험하다는 주장은 5대 4로 기각, 그리고 마지막 주장인 아이코스가 연초담배보다 인체에 노출되는 독성물질의 양을 줄인다는 주장은 8대 1로 인정했어요.
물론 국내 언론에선 (국민 건강의 위하여?) 마지막 주장은 빼고 앞에 두 개만 강조해서 보도하거나, 심지어는 세 가지 모두 기각되었다는 잘못된 기사가 실리기도 했지요.
(https://www.medicaltimes.com/Users4/News/newsView.html?ID=1116513)
자 이제 지난 6월 7일 우리나라 식약처의 발표를 보실까요? 주된 내용은 3가지로 요약되는데요,
1) 니코틴 함유량이 일반 담배와 유사한 수준이라 금연에 도움이 안 됨
2) 타르 함유량이 일반 담배보다 높게 나옴
3) 벤조피렌, 벤젠 등 9가지 발암물질이 검출되었음. 담배 유해성은 흡연 습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유해 성분 함유량만으로 제품 간 유해성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음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역시 9가지 발암물질이 일반 담배에 비해 얼마나 적게 검출되었는지는 애써 강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요? 필립 모리스는 이 부분과 타르 채집 방식 등에 대해 강력한 항의를 하였지만, 식약처는 아직 이에 대한 답변은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출처 : 식약처 홈페이지 자료
제 생각은 어떠냐고요? 저는 당연히 연초담배가 가장 해롭고 아이코스 같은 놈은 담배에서 나오는 독성은 다 나오니 역시 해롭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연초담배보다 독성물질에 덜 노출된다는 것은 사실이고(이건 미 FDA도 인정), 그래서 이런 종류의 담배는 그 독성에 있어서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의 중간에 위치한다고 봅니다.
올 들어 국내 금연시도율이 많이 떨어지고 있고 그 주된 원인이 금연할 분들이 아이코스로 바꾸어서 일 거라는 추측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 점에서 저도 이놈들을 절대 좋아하지 않습니다. 과거 ‘순한 담배’와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아마 식약처도 이런 점을 고려하여 발표 수위 조절을 고민고민했을 겁니다.

* 이 도표는 해로움 줄이기의 대표주자인 Nutt의 논문에 나오는 것으로 연초담배와 무연 담배(스누스, 코담배 등), 전자담배, 니코틴 패치의 해로움 크기를 비교해 놓은 것입니다. 저자는 가열담배를 무연 담배 영역에 포함시켰네요. 대부 같은 영화에 나오는 시가보다 연초담배가 더 해롭다는 사실도 놀랍죠?

* 이 그림은 제가 정리한 것인데요, 연초담배, 시가, 가열 담배는 모두 담배고요, 해로운 순서는 보시는 바 대로입니다. 전자담배는 이놈들과는 담배처럼 생긴 니코틴 분무기로 볼 수 있어요.
11. 부성주의(paternalism), 혹은 선의의 거짓은 옳은가?
자 이제, 제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좀 해 볼까요? 의사로서 저는 종종 환자를 위한 거짓말을 합니다. 예를 들면 담배를 많이 피우는 분의 흉부 방사선 사진 결과를 통보할 경우에 부러 폐기종이 좀 있다느니, 기관지가 안 좋아 보인다느니 하는 말을 덧붙일 때가 있어요. 환자분이 겁이 나 담배를 좀 끊었으면 하는 마음이니 봐줄 만하신가요?
요즘은 까다로운 환자분들도 많아서 노골적인 거짓말은 아무리 의도가 좋더라도 위험합니다. 그래서 애써 정보를 선택해서 강조하거나 슬쩍 넘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것은 소극적 거짓이라고 할까요? 윤리학에서는 이런 경우, paternalism(온정적 간섭, 혹 부성주의)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자율성이 침해되더라도, 부모의 마음으로 행위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칸트 같은 철학자는 인간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이런 선의의 거짓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칸트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저 같은 전문가나 심지어는 국가라 할지라도, 개인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비틀린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그 선택이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완전히 오픈된 정보를 제공받아야 하고, 그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학계와 전문가 집단의 책임일 수 있다고 봅니다. 누군가에 의해 ‘선택된 정보’하에서의 ‘자율적’ 결정이라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니까요.
좀 겁은 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볼까요? 현재 전자담배 옹호론의 극단에는 니코틴의 단독 위해에 대해서 다시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독성 연구는 대부분 담배와 니코틴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의 연구들이었거든요. 니코틴 단독으로는 매우 중독성이 높고 태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알려져 있지만, 혈압과 맥박에 영향이 있다는 사실 정도 외에는 인체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잘 모릅니다. 그러니, 니코틴을 담배로부터 분리하여 독성을 최소화 할수만 있다면 뭐가 문제가 되느냐는 주장입니다.
매우 급진적인 주장이지만, 사실 카페인이나 설탕과 비교하면 일견 설득력이 있습니다. 카페인도 혈압 등에 영향을 주지만 이를 금하는 사회는 없으니까요.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매년 62만 명이 폭력으로 죽고 80만 명이 자살하는데 150만 명이 당뇨병으로 죽는다’며 현재 설탕은 화약보다 위험하다고 하고 있네요. 이런 식이라면 미래사회에서 니코틴 중독에 대해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도 그리 쉬운 질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긴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제 의도는 전자담배든 가열 담배든 성인들이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면에서, 그것이 얼마나 해로울지 혹은 일반 담배에 비해 덜 해로울지 모른다 하더라도, 정보를 깨끗하게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 국가나 전문가, 언론에서 조정해야 하는 부류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제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아래 부록으로 소개한 영국 보건국의 보고서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 보건국은 ‘해로움 줄이기’에 대한 바른 정보를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 의사를 비롯한 전문가 집단의 책임이라고 강조하고 있네요.
끝으로 Take home message로 제 생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본 컨텐츠는 의학채널 비온뒤의 컨텐츠를 편집한 것으로,
특정 제품의 효능·효과에 대한 정보가 아닙니다.
건강한 삶을 고민하다 E로운 크루의 건강한 사명감에 감명받아, 이들에 대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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